이달 말 전세 기간 만료를 앞둔 직장인 이모(39)씨는 전세 재계약 대신 이사를 선택했다. 2년 전 계약 당시 2억5500만원이었던 서울 강서구의 23평형 아파트 전셋값이 현재 3억원대로 껑충 뛰었다. 더구나 집 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추세라 전세 물량 자체도 없는 상황이다. 이씨는 집을 살까도 생각해봤지만, 앞으로 집값이 더 떨어질 수도 있다는 주변 사람들의 만류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결심하게 됐다.
부동산 시장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답답하고 혼란스럽다. 서울 아파트의 전셋값은 역대 최장 기록인 61주째 상승하고 있는데, 아파트 매매 가격 오름세는 8주 만에 꺾이면서 서민들의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
27일 한국감정원과 KB부동산알리지 등에 따르면 전국의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24% 상승, 61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로써 서울의 아파트 전세가격은 1년새 6.84% 올라섰다. 특히 서울 송파구(9.61%), 서초구(9.52%), 강서구(9.39%), 강남구(8.93%), 광진구(8.56%), 양천구(8.07%) 등의 상승률이 높았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76.79㎡의 전세가격은 8월 3억1278만원에서 9월 3억3875만원으로 한달새 2600만원가량 올랐다. 반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01%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한 것은 추석 연휴를 제외하고 8월 넷째주 0.01% 하락한 이후 8주 만이다.
이처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하락 전환된 것은 가을 이사철이 마무리돼 수요가 다소 둔화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부동산써브 정태희 팀장은 "가을 이사철이 끝나면서 매매시장이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면서 "일단 아파트 가격은 많이 떨어졌다. 8·28 대책이 제대로 시행됐으면 올 4분기쯤 효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 실효성이 떨어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아파트 매매 가격은 일시적으로 소강 상태를 보인 것 뿐이지 본격적인 약세 국면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현재 아파트 가격은 바닥을 본 것 같다"며 "매매가 대비 전세 가격이 80%까지 올랐다. 이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이렇게 되면 좋든 싫든 주택 가격은 더 이상 빠질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했다.
일각에서는 전셋값 고공행진은 정부 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시점에 상승세가 꺾일 것으로 보고 있다.
정태희 팀장은 "전셋값 급등은 일단 매매 수요가 전환돼야 안정된다"면서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부동산 대책이 아니라 정부가 발표한 대책을 하루빨리 시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닥터아파트 권일 리서치팀 팀장도 "이 문제는 전세 수요에서 매매 수요로 옮겨가는 규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현재 전세 물량 부족과 전세에서 월세로 바뀌는 과도기 단계다. 내년 상반기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 경매 섣불리 뛰어들면 낭패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싼값에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실수요자들이 부동산 경매에 눈을 돌리고 있다. 전셋값 보다 싼 경매 최저가 수도권 아파트 물량은 2009년 9건에서 올해는 375건까지 급증했다. 9월 둘째 주 서울 부동산 경매시장의 낙찰가율과 낙찰률은 하반기 최고점을 찍었다.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82.3%로 오른데다 경매로 나온 아파트 10개 가운데 4개 이상이 새 주인을 찾았다.
그러나 섣불리 입찰에 나섰다가 손해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아무런 조사 없이 입찰에 들어가다 급매물 보다 높게 낙찰받은 사례도 많다"면서 "법적 관계를 살피고 현장을 조사하는 것은 기본이고, 향후 전망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