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사철도 끝물로 접어들었지만 전월세난은 해소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뒤늦게 이삿집을 찾는 세입자들은 불과 몇 달 사이 수천만 원씩 오른 전세가격에 선뜻 계약에 나서지 못하고, 이마저도 물건이 부족해 월세로 돌아서는 경우도 태반이다.
부동산정보업체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64주 연속 상승했다. 통상적으로 봄·가을 이사 시즌을 제외하고는 전세시장도 쉬어가기 마련이지만 이번에는 1년 3개월간 단 한 차례의 숨고르기도 없었던 것이다.
전셋값이 꾸준히 오르면서 서민들이 주로 찾는 2억원 미만 전세 아파트도 사라지고 있다. 부동산써브 조사 결과, 2008년 62.15%였던 2억원 미만 전셋집은 최근 31.62%로 절반 넘게 줄었다. 현재 서울 평균 전세가도 2억8526만원에 달한다.
이는 통계청에서 발표한 2분기 기준 가구당 월평균소득 404만원을 한 푼도 쓰지 않고 꼬박 6년 가까이 모아야 하는 금액이다. 평균 가계 지출액 315만원을 제외하고 매달 100만원도 저축하기 힘든 실정을 감안하면 전세금 모으기가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어려운 셈이다.
결국, 서울 비싼 전세가를 감당할 수 없는 세입자들은 대출을 받거나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수도권 외곽으로 밀려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경우 매달 이자 부담을 져야 하고,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서울로 출퇴근하는 과정에서 삶의 만족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돈이 있다고 전세 구하기 쉬운 것은 아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S부동산 관계자는 "세 들어갈 집이 없는 게 아니라, 전세로 들어갈 집이 없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라며 "월세로 나온 물건은 남아돈다"고 시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21일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주택 전월세 거래량을 살펴보면, 월세가 39.3%를 차지한다. 여기에 통계에 확정일자를 받지 않은 순수 월세와 반전세(보증부 전세)까지 포함할 경우 실제 월세 거래량 비중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동산114가 조사한 3분기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도 116.06을 가리켰다. 2분기보다 1.29포인트 떨어져 6분기 연속 하락한 수치다. 이는 6분기 연속 월임대료가 하락했음을 의미하지만 반대로 집주인들이 너도나도 전세를 월세로 바꾸면서 월셋집이 크게 늘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장재현 부동산뱅크 팀장은 "서민 입장에서는 비싼 전세 아니면 월세, 그것도 아니면 외곽으로 밀려나야 하는 등 선택권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최근 시장이 빠르게 월세시장으로 변화하는데 정부의 실질적인 월세지원 대책이 없어 서민들이 체감하는 전월세난은 더욱 심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