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양도세 한시적 비과세 혜택 종료를 앞두고 분양시장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하지만 더 이상 부동산시장을 반전시킬 만한 모멘텀이 없어 내년을 걱정하는 건설사들의 목소리가 높다. 매년 입버릇처럼 말하던 '내년이 최대 고비'의 현실화를 앞두고 건설업계가 당면한 문제점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본다.
[글싣는 순서]
1. 돈줄 마른 건설사 … "내년이 안 보인다"
2. 해외사업만이 능사? 믿었던 해외에서 잇달아 발목
3. 건설산업 구하기 국회에 달렸다
4. 집은 사는 것 아닌 사는 곳, 수요자 인식 변해야
5. 건설사, 스스로 변해야 살아 남는다
지난 26일, 전날 감자 결정에 이어 유상증자까지 검토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두산건설 투자자들은 패닉에 빠졌다. 이날 장 시작과 함께 곤두박질친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내리며 1855원에 마감했다. 이후에도 주가는 계속 하락해 일주일 사이 20% 이상 뒷걸음질쳤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두산건설이 시장의 냉담한 반응을 각오하면서까지 감자, 유상증자를 잇달아 감행한 이유는 신용등급 BBB+인 이 회사가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A급 회사채도 외면, 자금줄 꽁꽁
금융위기 이후 2009~2011년 사이 외부 자금이 필요했던 건설사들은 회사채 발행을 늘리며 자금을 조달해 왔다. 하지만 경기 침체로 BBB+ 이하 기업들의 채권은 비우량 회사채로 여겨지는데다, 특히 건설사의 경우 A등급 마저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 A등급의 한화건설은 오는 6일 발행할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지난 4월과 8월에 이어 세 번째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시공능력 10위에 진입하고, 비교적 재무구조가 탄탄한 것으로 알려졌음에도 투자자들의 투자 회피가 이어진 것이다.
문제는 최근 발행하려던 회사채가 운영 및 투자자금이 아닌, 만기가 도래한 회사채를 갚기 위한 차환 발행 목적이라는 점이다. 차환 발행에 실패할 경우 당장 현금으로 돈을 갚아야 하기 때문에 자금 압박이 클 수밖에 없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4분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건설사들이 상환해야 하는 회사채 만기액은 10조원이 넘는다. A급 이하 건설사 중에서는 롯데건설이 6500억원 규모로 가장 많고, 두산건설(4350억원), 현대산업개발(3500억원), 한라(3300억원) 순이다.
이외 SK건설(2800억원), 동부건설(2370억원), 대우건설(1500억원), 코오롱글로벌(1350억원), 한화건설(1000억원), 태영건설(1000억원) 등도 만기 도래액이 1000억원 이상으로 많은 편이다.
H건설 관계자는 "회사채 차환 발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일단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최대한 비축하며 내년 위기에 대비하고 있다"며 "하지만 건설경기가 내년에도 좋지 않을 경우 유동성을 장담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미분양, 팔아도 안 팔아도 손해
지난 9월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 '국내 건설기업의 자금조달 구조분석 및 시사점'에 따르면, 건설공제조합 소속 건설기업 532개 사 중 내년 자금 사정이 '악화될 것'이라고 답한 곳은 무려 63.2%에 달했다. 이중 '크게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10.6%였다.
빈재익 건산연 연구위원은 "내부 유보자금과 유동부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건설업의 자금조달구조는 경기변동에 매우 취약하다"며 "부동산경기 침체, 공공건설시장 축소 등으로 수익성이 하락해 내부 유보자금 확보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곧 부동산경기 침체에 따른 미분양 문제가 선결되지 않는 이상 지금의 위기가 계속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미분양은 '건설사 자금난→PF채무에 따른 유동성 악화→자금경색→신용등급 하락'으로 연결되는 악순환의 시작이 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10월 말 현재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총 6만4433가구다. 2011년 기록한 사상 최고치 16만5641가구와 비교해 크게 줄어든 수치다. 하지만 1채당 3억원씩만 계산하더라도 여전히 19조원 이상이 지어놓고 팔리지도 않는 아파트에 묶여 있는 셈이다.
또 꾸준히 미분양이 감소하고 있지만 이미 건설업에 대한 금융권의 신뢰를 잃은 상태다. 당장 은행과 상호저축은행 등의 건설업 대출이 크게 줄어, 2008년 69조6000억원에 달했던 대출금이 지난해 44조2000억원으로 36.5% 감소했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미분양에 묶여 있는 돈도 많지만 미분양 물량을 팔았다고 해도 마케팅비용, 할인비용 등을 제외하면 남는 게 거의 없는 실정"이라며 "여기에 금융기관을 통한 대출이나 회사채 발행도 어려워져 내년이 정말 최악이 될 것 같다"고 걱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