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양도세 한시적 비과세 혜택 종료를 앞두고 분양시장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하지만 더 이상 부동산시장을 반전시킬 만한 모멘텀이 없어 내년을 걱정하는 건설사들의 목소리가 높다. 매년 입버릇처럼 말하던 '내년이 최대 고비'의 현실화를 앞두고 건설업계가 당면한 문제점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본다.
[글싣는 순서]
1. 돈줄 마른 건설사 … "내년이 안 보인다"
2. 해외사업만이 능사? 믿었던 해외에서 잇달아 발목
3. 건설산업 구하기 국회에 달렸다
4. 집은 사는 것 아닌 사는 곳, 수요자 인식 변해야
5. 건설사, 스스로 변해야 살아 남는다
우리나라도 저성장, 저금리, 저변동성 등 이른바 '3低' 시대에 접어들었다. 한때 10%대를 넘나들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최근 3%대 초반까지 하락했다. 이에 따라 자산 가치의 하락 현상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개인 자산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동산, 그 중에서도 특히 주택에 대해서는 유독 이 같은 사회적 변화를 부인하는 이들이 많은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주택 수요자들이 저성장시대로 진입했음을 인정하고, 집에 대한 인식을 바꾸지 않는 이상 거래활성화를 통한 주택·건설시장의 안정은 어렵다고 지적한다.
◆주택 구매의 전제 '실거주'인 시대 도래
부동산114에 따르면, 11월 마지막 주 기준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65주 연속 상승했다. 1년 넘게 전세가율이 오르면서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도 70%를 위협하고 있다. KB국민은행 주택가격지수를 살펴보면, 전국 평균 전세가율이 66.4%고, 광주는 77.1%에 달한다. 심지어 일부 단지에서는 전세가가 매매가를 추월하기도 했다.
이쯤 되면 전세난을 견디지 못해 집을 살 법도 하지만 현실을 그렇지가 않다. 지난 3분기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만154건으로 전 분기(2만4517건)보다 절반 이상 감소했다. 미분양 아파트가 감소 추세에는 있지만 건설사들이 미분양을 전세로 전환한 물량이 상당하다.
'미친 전세'라는 과격한 표현이 나올 정도로 전세시장이 악화됐음에도 수요자들이 전셋집만 찾는 이유는 비싼 집값으로 인한 가계의 구매 여력에 한계가 왔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집값이 오르지 않을 것 같아서" 또는 "집값이 내릴 것 같아서" 등의 이유를 들어 주택 구매를 미루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가격 상승 여부'만 놓고 구매를 결정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한다.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면서 장기적으로 부동산의 가치는 하락할 수 있는 만큼, 거래의 전제가 '투자'가 아닌 '실수요'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근옥 부동산플래너 팀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개인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70% 수준으로 높고 이들 중 상당수가 과거 집값이 2~3배씩 폭등한 경험을 했던 터라 여전히 부동산을 소유 및 투자 개념으로 바라본다"며 "그러나 경제 성장속도, 인구구조 변화 등을 감안할 때 이제는 주택을 소비재로 볼 때가 됐다"고 말했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위원은 "집을 사는데 있어 투자가 아닌 거주에 초점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며 "전세금을 올려줘야 한다는 스트레스, 2년마다 이사 다니는 데 따른 불편함과 그에 따른 기회비용, 월세에 대한 부담감 등이 문제가 된다면 심리적 안정을 얻기 위해 집을 사는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주택자, 투기꾼 아닌 임대사업자
부동산으로 재산 증식을 하는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임대시장도 급변하고 있다. 집값 상승이 전제되지 않는 한 전세라는 제도가 지속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과거 오피스텔, 원룸 등에서나 형성됐던 월세시장이 빠른 속도로 아파트, 다가구·다세대 등의 주택으로 옮겨오고 있다.
문제는 주거안정을 위해 공공이 책임져야 할 임대시장을 민간에서 떠맡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 문병호 의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공공임대주택 비율은 5.6% 수준으로 OECD 평균 1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정부에서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민간 임대사업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민간임대를 책임지는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투기꾼이라는 시선이 강하다. 장재현 부동산뱅크 팀장은 "부를 이루는 과정에서 탈법과 탈세가 자행되는 경우가 많고, 그 부가 일부에게 편중되다 보니 다주택자라고 하면 무조건 나쁘게만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다주택자에 대한 색안경부터 벗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금융경제연구실장은 "단순히 주택을 많아 보유했다고 해서 투기꾼이라고 볼 수는 없다"라며 "저성장으로 주택 구매 수요가 줄면서 임대시장이 커지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다주택자가 아닌 임대사업자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재호 목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은 수요자들의 주택에 대한 시선이 소유에서 이용 개념으로 바뀌어야 하는 시대다"라며 "폭등론, 폭란론 등에 휩쓸리지 않고 본인의 판단에 의해 목적에 맞게 집을 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자연스럽게 거래 활성화와 그에 따른 시장 안정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