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건설사들의 잇단 '어닝 쇼크'가 이어지면서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잠재적 부실요소를 지난해 실적에 모두 반영한 터라 더 이상 나빠질 게 없다는 인식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커진 손실 폭 만큼 재무구조가 악화돼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건설업 바닥쳤다"…대세 상승 기대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실적을 발표한 5대 건설사 모두 4분기 영업이익 감소 및 적자전환을 기록했다. 해외 저가 수주 현장 및 국내 미분양·미착공 사업장 등에서 발생한 손실을 4분기에 전부 반영한 결과다.
이에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각각 12.3%, 38.6% 줄어든 2075억원, 125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고, 대우건설과 대림산업, GS건설은 4450억원, 3196억원, 139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외 현대산업개발, KCC건설, 동부건설 등도 적자로 돌아섰다.
건설사들의 이 같은 부진한 실적과는 달리 주가는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그동안의 부실을 모두 털어냄으로써 올해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할 수 있는 데다, 이를 계기로 바닥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했다는 이유에서다.
조동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상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겠지만 국내외 악성 사업장들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만큼, 올해 실적은 작년보다는 개선될 게 분명하다"며 "이런 기대감에 실적 악화에도 주가가 오르거나 변동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성 충분하다지만 신용등급 하락 못 막아
문제는 회복 기대감으로 선행하는 주식시장의 발목을 후행하는 신용평가기관에게 잡힐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적 악화에도 강세를 보이는 주가와는 달리, 신용등급은 약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대우건설의 신용등급을 A+에서 A0로 하향 조정했고, 대림산업의 장단기 신용등급을 부정적검토(Negative Review) 대상에 등록했다. 또 KCC건설에 대해서는 나이스신용평가가 단기 신용등급(A2+)을 하향검토 대상에, 한국기업평가가 회사채 신용등급(A)을 부정적검토 대상에 올려놨다.
조동필 연구원은 "건설업종 주가는 실적 발표에 앞서 하락하는 과정을 거쳐 지금 안정세를 찾은 반면, 신용평가는 실적 발표에 후행해 재무제표를 보고 판단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양상을 띠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신용등급이 하락할 경우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자금을 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또 다시 실적이 나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변성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건설사들이 사업을 확장할 때 자기 돈만 갖고 할 수가 없기 때문에 반드시 크레뎃이 보강돼야 한다"며 "재무제표를 개선하는 게 올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올해 건설사들이 부채비율을 낮춰 재무제표를 개선하기 위해 미착공 PF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집계에 따르면 미착공 PF 규모는 GS건설이 1조5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현대건설이 1조1000억원, 대림산업 9290억원, 대우건설 7470억원 순이다.
변성진 연구원은 "미착공 PF사업장은 그동안 금융비용이 과다하게 들어갔기 때문에 이제 사업을 시작하더라도 마진율이 낮거나 손해를 볼 수도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문제를 마무리 짓고 바닥을 다지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