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롯데월드 공사현장 화재에 이어 경주 리조트 강당 붕괴 사고까지 잇달아 발생하면서 건설업계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도심 초고층 건물로 지어지는 제2롯데월드의 특성상 이번 화재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데다, 강당 붕괴로는 1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안전불감증에 따른 피해가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샌드위치 패널 문제점 뻔히 알아도 싸면 '장땡'
1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밤 발생한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실내체육관 붕괴 사고의 원인으로 건물의 구조적인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예상치 못한 폭설이 1차 원인이 되겠지만 애초 눈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도록 설계된 건물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는 주장이다.
붕괴 사고가 발생한 체육관은 코오롱건설(현 코오롱글로벌)이 시공을 맡은 본동 건물이 아닌 조립식 형태의 가건물로, 샌드위치 패널을 이용한 'PEB공법'으로 지어졌다. 샌드위치 패널은 비용이 저렴한 반면 화재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지난 1999년 6월 24명의 어린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화성씨랜드 청소년 수련원 화재를 비롯해 2008년 1월 이천 냉동창고 화재, 같은 해 12월 이천 물류창고 화재 등 대형참사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한 게 바로 샌드위치 패널이다.
또 시공법도 사방에 H빔을 세우고 조립하는 간단한 방식이라 하중에는 약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체육관의 경우에도 중앙 부분에 기둥 몇 개만 더 설치됐더라도 눈을 버틸 수 있는 하중이 훨씬 더 늘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큰 사고가 터질 때마다 샌드위치 패널 문제점이 논란이 되지만 싸기 때문에 계속 쓰게 된다"며 "솔직히 대부분 현장에서 사용하는데 사고는 일부에서만 일어나는 만큼, 우리 현장에서 무슨 일이 있겠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일단 빨리 짓자…안전관리는 '나 몰라라'
앞서 16일 자정 원인 모를 불이 난 제2롯데월드도 안전불감증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불길이 사건 발생 25분 만에 잡혔고 인명 피해도 없었지만 공사장 안전관리 소홀에 따른 사상 사고가 반복된 탓에 안전 문제가 다시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제2롯데월드는 서울공항에 이착륙하는 군용기의 안정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지적과 함께 착공 전부터 논란에 시달렸고, 지난해 2월에는 핵심 기둥 11곳에서 균열이 발견돼 부실시공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또 6월에는 공사장 구조물이 무너지면서 43층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가 추락해 1명이 사망하고, 5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어 10월에는 기둥 거푸집 해체 작업을 벌이던 중 쇠파이프가 50m아래로 추락해 지나가던 행인이 충격을 받고 치료를 받은 일도 있다.
이에 롯데그룹은 롯데건설 박창규 전 사장을 경질하고 김치현 사장으로 대표를 교체했지만 여전히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안전사고 재발 방지, 화재사고 발생시 대피 대책 등도 해결하지 않은 채 오는 5월부터 일부 시설을 조기 개장한다는 계획이다.
공사장에서 일을 하는 한 인부는 "시간에 쫓겨 빠듯하게 공사를 진행할 경우 계속된 야간이나 철야작업으로 집중력이 떨어져 실수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며 "건설사가 무리하게 일정을 잡으면 안 되는데, 공사기간이 곧 돈이다 보니 무시되기 일쑤다"고 귀띔했다.
◆정부-건설사-노동자 함께 안전불감증 반성해야
이처럼 이틀 사이 굵직한 사고가 연달아 터지면서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을 떨쳐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건설사들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비용 절감 때문에 무리하게 추진하면서도 "설마 문제가 되겠어?"라고 안일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설령 사고가 나더라도 "우리만 아니면 상관없다"는 식으로 대처했던 게 사실"이라며 "이러한 인식부터 바꾸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제도 개선과 각 현장별로 법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단속하는 부분은 정부와 지자체가 할 몫"이라며 "다만 건설사도 스스로 대형사고 방지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노동자들도 안전사고 예방에 신경 쓰는 등 다 같이 안전불감증 해소에 동참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