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시장이 연일 상승곡선을 그리는 가운데, 매매가와 맞먹는 전세 거래가 속속 이뤄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광주 북구 문흥동 대주3단지 전용(이하 동일) 49.97㎡는 5000만~8350만원에 매매 계약이 체결됐다. 그런데 전세는 7200만~8000만원 선에 거래되면서, 하한선 기준으로 전셋값이 매맷값을 추월했다.
또 매매가가 5000만~9000만원에 성형된 대구 달서구 본동 월성주공5단지 44.94㎡는 전세가 6000만~8000만원 선에 거래됐고, 경북 포항시 장성동 럭키장성1단지 73.77㎡는 매매가 7100만~1억1300만원, 전세가 7000만~9000만원이다.
전북 전주시 우아동3가 우신아파트 57.84㎡ 역시 5500만~7500만원이면 살 수 있지만 수요자들은 5200만~7000만원에 전세를 들어오고, 전남 목포시 상동 비파2단지 48.34㎡도 매매가(5100만~8200만원)와 전세가(5800만~7500만원)의 차이가 크지 않다.
지방 수준은 아니지만 수도권에서도 비슷한 사례들이 최근 들어 종종 등장하고 있다.
경기 고양시 중산동 중산태영6단지 57.42㎡는 매매가는 1억3700만~1억5000만원인데, 전세가가 1억1000만~1억3500만원이다. 또 파주시 야동동 대방노블랜드 45.68㎡는 8000만~9500만원에 매매가가, 6000만~8000만원에 전세가가 형성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보다 전셋집에 머무르려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특히 지방의 경우 작년 단기간에 시세가 급등함으로써 현재 매매가가 정점이라고 인식한 세입자들이 비싼 전셋값에도 매매로 전환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수도권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집값 하락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터라, 취득세·재산세·양도세 등 세금 부담에서 자유로운 임차시장을 선호하며 전세와 매매의 격차를 좁히는 상황이다.
김은선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집값이 더 이상 오르지 않거나 떨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전세로 수요가 몰리면서 매매가를 역전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며 "하지만 집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일도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전세 계약에 앞서 주의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