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에 살고 있는 A씨는 최근 이사 갈 집을 알아보기 위해 한 아파트의 모델하우스를 찾았다. 입지, 평면, 분양가 등을 따져보고 분양상담까지 받고 나니 다섯 식구가 거주하기에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A씨는 1순위 청약통장을 사용하는 대신 4순위(무순위) 대기고객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돌아왔다.
2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아파트 분양을 위해 1~3순위가 아닌, 4순위 청약을 선택하는 실속형 수요자들이 늘고 있다. 분위기에 휩쓸려 무턱대고 청약통장을 사용하기보다 시장환경과 분위기를 다시 한 번 살펴보고 신중하게 계약에 나서기 위함이다.
4순위 분양이란 1~3순위 당첨자 및 예비당첨자를 대상으로 정식 계약일 동안 팔고 남은 물량에 대해 추가 계약을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 미분양 계약과 비슷하지만 사전접수한 고객을 대상으로 분양 1~2개월 이내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건설사는 장기 미분양으로 이어지지 않고 초기에 계약을 마무리 지을 수 있다는 점에서 4순위 대기자 확보에 열을 올린다. 수요자도 통장 없이 원하는 동·층을 선택할 수 있고, 여유를 갖고 충분히 고민한 뒤 계약에 나설 수 있다는 장점에 4순위를 선호하고 있다.
실제, 지난 15~16일 대우건설이 경기도 하남 미사강변도시 A6블록에서 청약접수를 받은 '미사강변2차 푸르지오'의 경우 일부 타입에서 모집가구수를 채우지 못했다. 하지만 사전에 접수한 4순위자만 1000명이 넘어 순조로운 계약이 이뤄질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작년 분양한 1차의 경우 60%만 정당 계약일에 판매되고, 나머지는 4순위자를 대상으로 팔아 2개월 만에 계약을 마무리 지었다"며 "이번에도 4순위 접수 건수가 잔여 세대 수를 넘어선 상태"라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이 충남 당진 송악도시개발구역에서 공급한 '당진 힐스테이트'도 순위 내 분양에는 실패했지만 4순위로만 1000명의 신청을 받았다.
현대건설 분양 관계자는 "4순위 분양에 대비해 내 집 마련 퍼스트 카드라는 일종의 사전 예약 신청서를 받아 왔다" 며 "정식 및 예비당첨자 계약을 마친 후 4순위 청약자들을 대상으로 선착순 계약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호반건설이 경기도 시흥 배곧신도시에 분양 중인 '시흥 배곧 호반베르디움2차'는 순위 내 청약에 성공했음에도 향후 미계약 물량을 선점하기 위한 4순위 수요자가 1500여 명이나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특정 인기 지역을 제외하고는 청약통장이 필요 없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 데다, 이미 통장이 소멸된 소비자가 많아 4순위로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