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부평에 살고 있는 30대 이모씨는 구로디지털단지에 위치한 회사가 판교테크노밸리로 이전한다는 소식에 착잡하기만 하다. 이사를 가자니 판교 집값을 감당하기 어렵고, 그렇다고 왕복 120km나 되는 길을 매일 출·퇴근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판교보다 저렴하면서 출·퇴근이 가능한 광주나 용인에 새 집을 알아보기로 했다.
1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청사, 공공기관, 대기업 등의 이전이 줄을 이으면서 '대체 주거지'가 풍선효과를 누리고 있다. 회사가 이전한 지역의 주변 집값이 너무 높거나 삶의 터전을 바꾸기 어려운 수요자들이 새로운 주거지를 찾아 모이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곳이 정부청사의 세종시 이전과 함께 공무원 수요가 크게 늘어난 광명이다. KTX광명역에서 오송역까지는 29~35분이 소요되고, 오송역에서 BRT를 이용하면 약 20분 만에 정부청사까지 갈 수 있다. 1시간이면 출·퇴근이 가능한 셈이다.
이에 따라 KTX광명역과 가까운 광명시 소하동 일대 아파트 전셋값은 2년 만에 30% 이상 급등했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도 70%를 넘어선 상태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배우자 직장이나 자녀 교육문제 등으로 세종시로 이사할 수 없는 공무원들이 출·퇴근이 가능한 광명시로 이주하면서 전셋값이 크게 올랐다"며 "이들 중 일부는 전세에서 매매로 전환하기도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판교테크노밸리도 사정이 비슷하다. 경기도가 조사한 '2014년도 판교테크노밸리 입주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판교테크노밸리 입주기업은 총 855개사, 상시 근무자는 5만8000여 명에 이른다. 국내 대형게임사와 IT 기업이 몰려있는 이곳은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성공적으로 안착 중이다.
그러나 판교신도시의 전셋값은 강남3구의 비슷한 3.3㎡당 1398만~1571만원에 이른다. 판교테크노밸리의 업종 특성상 20~30대 젊은 층이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전세가가 너무 높다는 지적이다.
결국 비싼 주거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장거리 출·퇴근을 선택하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경기개발연구원이 지난 3월 서울권 등에서 이전한 판교테크노밸리 내 근로자 통행거리 및 통행시간을 분석한 결과, 과거 12㎞·40분에서 현재 28㎞·70분으로 1.7배 증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판교에 입주한 기업의 직원들은 주변 성남 구시가지(수정구)나 용인시, 경기 광주시 등으로 주거지를 찾아 나서고 있다.
대림산업이 경기 광주시에 분양하는 'e편한세상 광주역' 분양홍보관이 판교역에 위치한 이유도 이 같은 현상이 반영된 결과다. 이 회사는 내년 말 성남~여주간 복선전철이 개통되면 단지 앞 광주역에서 판교역까지 3정거장 거리라는 점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분양 관계자는 "퇴근길 또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분양상담을 받는 직장인들이 많다"며 "대부분 장거리 출·퇴근자들로 교통호재에 특히 관심을 기울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