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7년, 조선은 임진왜란에 이은 왜군의 두 번째 침략으로 또 한 번 위기에 처한다. 국가의 존망이 달린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 선조는 바다를 포기하고 육지에서 왜군과의 전쟁을 준비한다.
그러나 이순신 장군은 바다를 지켜야만 나라를 지킬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그런 강한 신념으로 전라남도 진도 앞바다인 울돌목에서 단 12척의 배를 가지고 왜군의 북상을 막기 위한 전쟁에 나선다.
'명량'(감독 김한민)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참전했던 해전들 중 가장 위대한 승리로 남아 있는 명량대첩을 영화화했다. 330척의 왜선에 12척의 배로 맞서야 했던 이순신 장군은 빠른 조류를 이용해 기적 같은 승리를 이끌어냈다. 이는 이순신 장군의 영웅적인 면모를 잘 보여주는 전쟁으로 역사 속에 기록돼 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 법한 익숙한 이야기다. 하지만 김한민 감독은 역사적인 기록에는 남아 있지 않은 이순신 장군의 내면에 관심을 기울인다. 영웅이기 이전에 평범한 한 사람이었을 이순신 장군의 인간적인 고뇌는 '명량'의 중요한 테마다. 모두가 패배할 것이라고 예상한 전쟁을 앞두고 이순신 장군이 겪는 고민과 갈등은 배우 최민식의 열연을 통해 영화에 묵직한 깊이를 더한다.
전쟁을 앞둔 이순신 장군은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만 있다면"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아들에게 말한다. 이를 위해 그는 자신의 목숨까지 내던지며 왜군과의 싸움에 나선다. "무릇 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을 쫓는 것이고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는 대사는 이순신 장군의 결단이 백성들을 위한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임을 잘 보여준다. 그렇게 영화는 오직 백성과 나라를 생각하며 두려움을 용기로 바꾼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을 이야기한다.
영화 후반부 61분가량을 채우고 있는 해전 신은 예상대로 화려하다. 그러나 관객의 마음을 더 사로잡는 것은 뜨겁게 끓어오르는 민족 정서다. 이순신 장군 외에도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생각보다 존재감이 잘 드러나지 않는 점은 아쉽다. 3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