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 카니 감독 따뜻한 시선 담은 착한 영화
살다보면 한 번쯤 힘든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진심은 언제나 통할 것이라는 믿음이 깨질 때, 혹은 영원할 것 같았던 사랑이 산산조각 날 때 사람들은 더없는 외로움에 빠져든다. 그러나 아무도 몰라줄 것 같았던 그 아픔을 누군가 알아줄 때 다시 살아갈 희망을 찾는다. '비긴 어게인'은 삶에 희망을 전하는 음악의 힘에 대한 영화다.
영화의 주인공은 퇴물 신세가 돼버린 음반 프로듀서 댄(마크 러팔로)과 록 스타가 된 남자친구와 이별한 싱어송라이터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다. 90년대 명성을 떨쳤던 댄은 진심을 지닌 음악의 힘을 믿는다. 그러나 스타만을 바라는 음반업계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나머지 자신이 운영하던 레코드사에서도 해고당한다.
지하철에 몸이라도 던지고 싶은 인생 최악의 순간, 댄은 우연히 찾은 클럽에서 도시에 홀로 남겨진 사람들의 아픔을 노래하는 그레타를 만난다. 영화는 댄과 그레타가 밴드와 함께 뉴욕 시내를 스튜디오로 삼아 데모 음반을 녹음하며 서로의 아픔을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카니 감독은 전작 '원스'에서 가난한 두 남녀가 음악을 통해 마음이 맞닿는 순간을 통해 깊은 여운을 선사했다. 음악을 매개로 한 사람들의 교감은 '비긴 어게인'에서도 중요한 테마다.
영화의 가장 아름다운 장면 중 하나는 댄과 그레타가 함께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뉴욕의 밤거리를 걷는 장면이다. "음악은 지극히 따분한 일상도 의미를 갖게 하는 것"이라는 댄의 대사처럼 영화는 익숙한 일상마저도 특별하게 만드는 음악의 힘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로맨스에 방점을 뒀던 '원스'와 달리 '비긴 어게인'은 음악과 삶이라는 보다 큰 주제를 이야기한다. 그렇게 전작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댄과 그레타를 포함한 모든 등장인물들을 따뜻하게 감싸 안으려는 착한 태도가 그 증거다.
거대 도시, 혹은 관광지로만 각인된 뉴욕을 사람들의 삶이 녹아든 공간으로 바라보려는 소탈한 시선도 인상적이다. 스타만을 바라는 음반 업계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장면들은 음악에 대한 존 카니 감독의 깊은 애정이 잘 담겨 있다.
'비긴 어게인'은 '원스'처럼 전형적인 멜로 영화의 관습을 벗어난 결말로 막을 내린다. 뜻밖의 결말이지만 그 의외성이 영화를 더욱 따뜻하게 만든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나이틀리가 직접 부른 노래들이 귓가에 오래 남을 것이다. 15세 이상 관람가. 13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