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맞이해 사랑과 희생의 의미를 돌아보게 만드는 두 편의 영화가 극장가를 찾는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진솔한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그 사람 추기경', 마더 데레사 수녀의 생애를 그린 영화 '마더 데레사의 편지'다. 늘 낮은 곳까지 바라본 두 사람의 이야기가 대작들의 흥행 대결로 치열한 극장가에 작지만 깊은 여운을 남길 전망이다.
◆ 김수환 추기경의 인간적인 모습, '그 사람 추기경'
7일 개봉한 '그 사람 추기경'은 한국 최초의 추기경이자 살아생전 한국 가톨릭계를 대표했던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5주기를 맞이해 제작된 다큐멘터리다.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직전 3년 동안 그의 옆에 머물며 지켜봤던 평화감독 PD 출신 전성우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이미 세상에 알려진 '추기경' 김수환의 삶이 아닌 '인간' 김수환에 초점을 맞췄다.
영화의 시작은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봐요?"라는 김수환 추기경의 질문이다. 전성우 감독은 그 대답을 찾기 위해 김수환 추기경을 오래 전부터 알아온 사람들을 만난다. 1989년부터 김수환 추기경의 사진을 촬영해온 사진기자는 "추기경님은 오른쪽 귀로 진심으로 듣는다"며 잘 들리지 않는 왼쪽 귀 대신에 나머지 귀로 경청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 동료 주교는 "어린 아이처럼 남의 의견을 많이 물어보지만 강론을 펼칠 때는 자기 의견에 확신을 갖고 있다"며 김수환 추기경의 강인함을 이야기한다. 지인들의 평가와 함께 담은 김수환 감독의 인간적인 모습들도 그를 더욱 친근하게 느끼게 만든다.
이번 영화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선종 직전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서 있는 그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작은 위로가 될 것이다. 전성우 감독은 "기획 단계부터 김수환 추기경이 어떤 사람인지 단정 짓기 싫었다. 내가 보았던 것과 들은 것을 그대로 영화에 담으려고 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또한 "추기경님의 인생을 엿보다 보면 인생이라는 길 위에 서 있는 많은 사람들이 결국은 같은 길을 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화 '마더 데레사의 편지'/CJ엔터테인먼트 제공
◆ '마더 데레사의 편지'
오는 21일 개봉 예정인 '마더 데레사의 편지'는 평범한 수녀에서 가난한 자들의 어머니로 거듭나기까지 마더 데레사가 겪은 세월과 내면의 고뇌를 담은 영화다. '사랑의 선교회'를 만들기 전 처음으로 몸담았던 인도 콜카타의 로레토 수녀원의 주임 신부 셀레스테 반 엑셈 신부를 포함한 사제들에게 1948년부터 죽기 전까지 50년 동안 보낸 편지가 바탕이 됐다.
영화 '마더 데레사의 편지'/CJ엔터테인먼트 제공
마더 데레사의 삶은 지난 2005년 올리비아 핫세 주연의 영화 '마더 데레사'로 한 차례 제작된 바 있다. '마더 데레사의 편지'는 마더 데레사가 손수 쓴 편지를 통해 그가 사람들에게 보여주지 않은 신을 향한 갈구와 절망을 다뤄 눈길을 끈다. 실제 천주교 신자인 윌리엄 리에드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집필하고 감독한 점도 이전 영화와 차별되는 점이다.
영화 '마더 데레사의 편지'/CJ엔터테인먼트 제공
윌리엄 리에드 감독은 9·11 사태 이후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고민으로 진정한 선을 표방하는 마더 데레사의 삶을 극영화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영화는 2014년 국제가톨릭영화제에서 감독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세도나국제영화제에서도 작품상을 수상했다. 이번 국내 개봉은 미국보다 네 달 앞선 세계 최초 개봉이다. 윌리엄 리에드 감독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축하하기 위해 세계 최초 개봉을 허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화 '마더 데레사의 편지'/CJ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