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매직 인 더 문라이트'/드림웨스트픽쳐스 제공
유쾌한 웃음·낭만적 로맨스 담은 우디 앨런의 신작
우디 앨런은 희망과 절망은 동전의 양면처럼 공존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의 영화는 웃음과 냉소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그가 삶을 긍정하는 것은 절망적인 세상을 어떻게든 살아 나아가기 위함이다. 그 통찰력이 곧 우디 앨런의 영화가 지닌 가장 큰 매력이다.
영화 '매직 인 더 문라이트'/드림웨스트픽쳐스 제공
지난해 개봉한 '블루 재스민'은 부조리한 삶에 대한 냉소가 가득 녹아든 작품이었다. 1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매직 인 더 문라이트'에서 우디 앨런은 다시금 유쾌한 코미디를 선보인다. 1920년대 남부프랑스를 배경으로 서로 다른 가치관을 지닌 두 남녀의 묘한 충돌로 유쾌한 웃음과 낭만적인 로맨스를 담은 작품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영국인 마술사 스탠리(콜린 퍼스)다. 그는 중국인 분장으로 자신의 정체를 감춘 채 사람들의 눈을 현혹하는 마법으로 부와 명성을 쌓았다. 그러나 정작 스스로는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다'라고 믿는다. 그런 스탠리가 친구로부터 영혼과 소통하는 능력을 지닌 심령술사 소피(엠마 스톤)의 정체를 밝혀달라는 부탁을 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영화의 주된 내용이다.
영화 '매직 인 더 문라이트'/드림웨스트픽쳐스 제공
"삶은 추하고 잔혹하고 짧다"고 믿는 스탠리는 이성적으로 현실을 바라보는 형이하학적인 캐릭터다. 반면 소피는 "세상에는 보이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 믿는다"며 "보이는 것이 전부라면 너무 절망적일 것"이라고 믿는, 감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형이상학적인 인물이다.
영화는 서로 다른 가치관을 지닌 두 사람이 서로에게 동화되는 과정을 통해 크고 작은 웃음을 만들어낸다. 무뚝뚝함 속에서 다정다감함을 슬며시 드러내는 콜린 퍼스, 그리고 환한 미소로 사랑스러움을 자아내는 엠마 스톤의 연기 호흡이 영화에 유쾌함을 더한다.
영화 '매직 인 더 문라이트'/드림웨스트픽쳐스 제공
스탠리의 말처럼 세상은 추하고 잔혹하고 짧다. 그런 절망을 감춰줄 마법도 알고 보면 모두 허상일 뿐이다. 단 하나, 세상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마법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사랑일 것이다.
'매직 인 더 문라이트'는 '블루 재스민'에 비하면 영화적인 짜임새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후반부에 등장하는 작은 반전은 극적인 긴장감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단조롭게 다가온다. 그러나 영화적 완성도에 대한 아쉬움과는 별개로 우디 앨런이 전하는 이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메시지만큼은 관객들의 마음을 잠시나마 기분 좋게 만들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