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여자에 대한 동경으로 선택
노출·욕설·흡연 연기 등 과감한 변신
"주어진 작품 잘 해내는 배우 되고파"
사람들은 신세경(24)을 청순한 이미지로 기억한다.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이 남긴 인상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스크린 속에서 신세경은 늘 강하고 당찬 여자였다. '푸른소금'의 킬러, '알투비: 리턴투베이스'의 공군 정비사처럼 남성 중심의 세계 속에서도 당당함을 잃지 않는 캐릭터로 존재감을 남겨 왔다.
오는 3일 개봉하는 '타짜-신의 손'(감독 강형철)에서 신세경은 또 한 번 남성성으로 가득한 세계에 뛰어들었다. 목숨까지 내걸어야 하는 도박판에서 남자들에 굴하지 않고 승부를 펼치는 여인 허미나를 연기했다. 청순함은 물론 섹시함과 당찬 모습까지 지닌, 여배우라면 탐이 날 수밖에 없는 캐릭터다.
신세경이 2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타짜-신의 손'을 선택한 것 또한 캐릭터에 대한 매력 때문이었다. 멋있는 여자를 꿈꾼다는 신세경에게 허미나는 "동경하는 여성상"이었다.
"처음 대본을 봤을 때부터 허미나는 모든 걸 갖춘 완벽한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힘든 시절을 살아왔지만 비굴하게 굴지 않고 당당한 인물이거든요. 대단한 일을 해냈을 때에도 생색내지 않죠. 의리까지 있고요."
영화는 최승현이 연기한 주인공 대길의 성장 과정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허미나는 대길의 인생이 극적인 변화를 맞이하는 결정적 순간에 등장한다. 나중에는 대길과 함께 인생을 되돌릴 한판 승부를 벌이는 중요한 인물이다. 때로는 청순하고 때로는 섹시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신세경은 "하나의 콘셉트가 있는 것이 아니고 상황에 따라 분장도 바뀌고 비주얼적인 면도 신경 써야 하는 재미있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영화 속 가장 애착 가는 장면으로는 빚 때문에 도박 하우스에 몸이 묶인 신세인 미나를 대길이 구하는 신을 꼽았다. 인생의 바닥까지 다다른 미나가 대길을 만나 다시 살아갈 희망을 얻는 순간이다. 절망적인 분위기와 상반되는 흰 드레스를 입고 등장하는 신세경은 몇 마디 말이 필요 없는 깊은 감정의 눈빛으로 최승현과 함께 애잔한 감정을 만들어냈다.
신세경이 미나에게서 느낀 또 다른 매력은 자신의 기구한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미나의 태도에 있었다. 미나가 대길에게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으며 "나 더러운 년이야"라고 아무렇지 않은 듯 말하는 장면이 그렇다.
"그 무심한 말투는 미나의 성격이에요. 어마어마한 사건을 이야기하면서도 구질구질하게 굴지 않죠. 그러면서 바로 '키스할까?'라고 말할 수 있는 점, 그것이 미나의 가장 큰 매력이에요."
주요 인물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영화 후반부에서는 과감한 노출과 욕설 연기도 선보였다. 속옷은 입고 있지만 그럼에도 분량이 상당한 만큼 여배우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신세경은 다른 배우들과 마찬가지로 역할에 빠져들어 연기하는데만 온전히 집중했다.
자신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동식(곽도원)에게는 거침없는 욕설도 내뱉는다. 신세경의 청순한 이미지를 떠올리면 의외라는 생각이 들 법도 하다. 그러나 신세경은 "처음 대본 보면서 가장 기대했던 부분 중 하나"라며 웃음을 보였다. 담배를 피우는 장면에서도 어색하지 않도록 실제로 담배를 피우려고 노력했다.
'타짜-신의 손'은 청순한 이미지에 갇혀 있던 신세경의 새롭고 다양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작품이다.
2년 전 '알투비: 리턴투베이스' 개봉 무렵 인터뷰로 만난 신세경은 쉼 없는 연기 활동으로 조금은 지쳐 보였다. 늘 주목 받아야 하는 연예계의 일상에 대한 피로감도 엿보였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신세경은 그때보다 더 활기차고 신나보였다. 휴식과 여유를 통해 배우로서 조금 더 단단해진 결과다.
"지금은 그때보다 밸런스를 유지하는 법을 터득해가고 있어요. 어떻게 컨디션을 조절하고 에너지를 충전해야 하는지 노하우를 배우고 있죠. 무엇보다 주변 사람들에게서 받는 에너지가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타짜-신의 손'에서 받은 에너지는 오는 10일 첫 방송되는 KBS2 수목드라마 '아이언맨'으로 이어진다. 신세경의 말에 따르면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굉장히 도덕적인" 인물이다. 신세경의 변신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큰 배우보다는 주어진 작품을 잘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아직은 한 걸음씩 걸어가며 판단해야 할 때인 것 같고요. 그렇게 한 작품씩 열심히 해내고 싶어요."
·사진/김민주(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