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 아들 둔 34세 아빠 변신
유쾌함 속 슬픈 감정 담아내
"좋은 작품 만드는 것이 목표"
치기 어린 열정으로 앞만 보고 달리던 청춘도 30대가 되면 세상이 정해놓은 길을 걷게 되기 마련이다. 나이가 들면 철든다는 건 그런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강동원(33)은 "철드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철들 줄 모르는 이 배우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데뷔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좋은 작품을 만들면서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군도: 민란의 시대'로 소집해제 이후 몸 풀기에 나섰던 강동원이 장르도 분위기도 전혀 다른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감독 이재용, 9월3일 개봉)으로 극장가를 다시 찾는다. 김애란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강동원은 17세 나이에 결혼해 16세의 아들을 둔 34세 젊은 아빠 대수 역을 맡았다.
처음 캐스팅 소식이 전해졌을 때 의아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한창 젊은 나이인데다 톱스타의 이미지가 강한 강동원이 아빠 역할을 연기한다는 것에 대한 의문이었다. 그러나 강동원은 정작 걱정이나 부담이 전혀 없었다. 시나리오에 대한 믿음, 그리고 이재용 감독이 연출하고 송혜교가 먼저 캐스팅됐다는 점에서 거부할 이유가 없는 작품이었다.
"시나리오 자체의 완성도가 좋았어요. 군더더기가 없었거든요. 물론 주변에서 아빠 역할은 처음이라며 걱정하는 반응도 있었어요. 그런데 따지고 보면 초능력 쓰는 사람도 아동 유괴범도 제게는 처음이었거든요. 스타 이미지에 아빠 역할을 하는 건 마이너스라는 의견도 있었는데 저는 이해할 수 없겠더라고요. 좋은 작품, 그리고 정확한 역할이라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요."
극중 대수는 엄숙함과는 거리가 먼 친구 같은 아빠다. TV에 걸그룹만 나오면 눈을 떼지 못하고 게임도 정말 좋아하는 철부지지만 아들 아름이를 생각하는 마음은 누구보다도 깊다. 강동원은 "나랑 비슷한 캐릭터라서 최대한 나를 많이 활용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고등학생으로 등장하는 과거 장면과 현재의 모습에 차별점을 두기 위해 체중을 10㎏ 가량 찌웠다 다시 빼기도 했다. 작품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는 에피소드지만 그는 "배우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대수의 유쾌함은 영화를 밝은 분위기로 만드는 동시에 후반부의 슬픈 장면들을 흔한 신파와는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는 역할을 한다. 대수가 아버지를 오랜만에 다시 찾아가는 장면은 슬픈 감정에 취한 나머지 리허설을 취소하고 바로 촬영에 들어가야만 했다. 아름이와 마지막으로 편지를 주고받는 장면 또한 영화 속 상황에 빠져들어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강동원의 감정 연기가 빛나는 순간들이다.
꿈을 향해 달려가던 청춘도 나이가 들면 어느 순간 현실을 바라게 되기 마련이다. '두근두근 내 인생'이 관객들에게 여운을 남기는 것은 어느 새 현실적이 돼버린 우리들에게 철들기 전 가졌던 꿈을 다시금 떠올리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 메시지는 강동원이라는 배우를 통해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30대 중반을 지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그는 철들기를 거부한다.
"저는 철든다는 게 무엇인지 잘 모르겠어요. 책임감이 많아진다는 걸까요? 그런데 저는 어릴 때부터 책임감은 많은 편이었거든요. 어쩌면 고등학교 때부터 기숙사 생활을 해서 독립심이 커졌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배우 일 시작하자마자 대학교도 그만둔 거죠. 배우만큼은 그만두고 싶지 않아요."
강동원은 '두근두근 내 인생'을 좋은 영화라고 소개했다. "오랜만에 나오는 가족영화인데다 진짜로 힐링이 되는 영화"라는 점 때문이다. 그에게 '좋은 영화'는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확고하고 상업적으로 기승전결을 갖춘" 영화다. 그리고 그런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이야 말로 강동원이 배우로서 바라는 가장 큰 행복이다.
"사람마다 각자의 목표는 다를 거예요. 돈을 버는 것이 목표인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죠. 저는 데뷔 초부터 무조건 좋은 작품만 만들자는 목표가 있었다. 물론 마냥 상업적인 영화로만 인정받고 싶지는 않아요. 상업적이면서도 완성도도 함께 갖춘 영화로 인정받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사진/이완기(라운드테이블) 디자인/김아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