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부터 이어진 정부의 잇단 부동산규제가 드디어 약발을 발휘하고 있다. 그간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열기가 분양시장을 비롯해 경매·상가시장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이 같은 분위기가 강남에만 국한되지 않고 강북·수도권까지 퍼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신규분양은 기본, 미분양도 판매 붐
1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이 이달 말 분양 예정인 '위례자이' 아파트의 문의가 이달 들어 2배가량 늘었다. 신도시 건설 중단, 청약제도 간소화 등의 내용을 담은 9·1부동산대책 발표를 계기로 평소 200건 정도 걸려오던 전화가 400여 건으로 증가한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문의전화가 급증하면서 분양사무소 직원들이 이를 다 소화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이 때문에 본사 콜센터로 항의전화가 걸려올 정도"라며 뜨거운 분위기를 전했다.
삼성물산이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초우성3차를 재건축해 공급하는 '래미안 서초' 상담건수도 3배 가까이 뛰었다. 추석 연휴 마지막날이었던 지난 10일에는 상담전화만 500여 통이 쏟아졌다. 분양 상담전화를 받기 시작한 이래 최고 기록이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래미안 서초, 반포 아크로리버 파크, 서초 푸르지오 써밋 등이 비슷한 시기 공급되면서 셋 중 아무 단지라도 당첨됐으면 좋겠다는 고객들이 많다"며 "분양가가 10억원을 훌쩍 뛰어 넘지만 투자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분양 소진 속도로 빠르다. 지난 6월 SK건설이 서울 노원구 월계동에 분양한 '꿈의숲 SK뷰'는 8월 중순 이후에만 전체 물량의 15% 가까운 세대가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청라국제도시의 '청라 더샵 레이크파크'도 올 초 30%에 달했던 미분양 물량이 현재 10%로 줄었다.
김건우 이삭디벨로퍼 본부장은 "올 들어 소진된 청라 더샵 레이크파크 미분양 세대 절반 이상이 DTI·LTV 완화 및 기준금리 등의 영향을 받아 8월 들어 판매된 것"이라며 "9·1대책으로 문의가 더 늘어난 만큼, 곧 분양을 마감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분양권 프리미엄만 '억'소리
민간택지 및 공공택지(보금자리지구) 공공분양의 전매제한이 단축되면서 분양권시장도 뜨겁다. 특히 수도권 분양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위례신도시는 연내 7000여 가구의 분양권 전매제한이 풀리며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다.
부동산포털 닥터아파트 조사 결과 현재 위례신도시에서 분양권 거래가 합법인 아파트는 4개 단지, 2550가구다. 여기에 이달 말부터 12월까지 7개 단지, 4814가구의 전매제한이 추가로 해제돼 올해에만 총 11개 단지에서 7364가구의 거래가 가능해진다.
분양권 프리미엄은 단지마다 다르지만 적게는 3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까지 형성된 상태다. 지난 7월 동시에 전매제한이 풀린 래미안 위례(A2-5블록)와 위례 힐스테이트(A2-12블록)는 각각 8000만~1억원, 6000만~1억원의 웃돈이 붙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래미안 위례의 경우 프리미엄이 1억원에 이르고, 테라스하우스의 경우 부르는 게 값일 정도"라며 "가격 부담이 클 수 있지만 7·24대책 발표로 DTI·LTV 규제가 완화된 이후 큰손들이 몰리고 거래도 활발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가장 먼저 전매가 가능해진 송파 푸르지오(A1-7블록)는 전체 549가구 가운데 90여 건의 손바뀜이 이뤄졌다. 불과 1년 만에 다섯 집 중 한 집의 주인이 바뀐 셈이다. 3000만원에서 최대 7000만원까지 프리미엄이 형성돼 있다.
권일 닥터아파트 리서치팀장은 "위례신도시 자체가 선호도가 높은 데다, 신도시 건설이 중단됨에 따라 수도권 마지막 신도시라는 희소성까지 더해지면서 분양권 프리미엄이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매·상가시장도 투자자로 북적
경매법정도 북적이긴 마찬가지다. 부동산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9·1대책 발표 후 추석 전까지 5일간 수도권 경매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은 88.5%로 전월(86.9%) 대비 1.6%포인트 높아졌다. 경쟁률을 의미하는 응찰자 수도 같은 기간 8.1명에서 9.6명으로 1.5명 늘었다.
지난 5일 인천지방법원에서 입찰에 부쳐진 남동구 논현동 소래마을 풍림아파트 전용면적 59㎡는 31명이 경쟁한 끝에 감정가(1억8000만원)의 95.49%에 이르는 1억7188만원에 낙찰됐다. 불과 한 달 전 첫 경매에서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큰손들이 선호하는 수익형부동산의 인기도 계속되고 있다. 시중은행의 부동산PB는 "자산가들은 다주택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주택시장 회복이 예상된다고 추가로 아파트를 사는 일은 많지 않다"며 "그보다 매달 월세를 받을 수 있는 상가·빌딩 등에 관심이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LH가 지난달 26~27일 이틀간 청약을 진행한 위례신도시 점포 겸용 단독주택용지 45필지에는 1만7531명이 몰려 평균 390대 1, 최고 274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날 들어온 청약증거금만도 5276억원에 달했다.
서울 마곡지구에서 상가를 분양 중인 한 관계자는 "몇 달 전만 해도 상담을 받는 사람 10명 중 1명이 계약을 했다면 현재는 2명으로 늘어난 상태"라며 "분양가가 10억원을 상회하지만 문의하는 사람이 많아 다음 달에는 분위기가 더 좋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