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으로 변신해 여성으로서의 정체성, 그리고 여배우로서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한 고민들을 작품으로 담아낸 여배우들이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찾았다. 이탈리아 배우 아시아 다르젠토, 그리고 한국의 구혜선과 문소리가 그 주인공들이다.
아시아 아르젠토는 이탈리아 호러 영화의 거장인 다리오 아르젠토의 딸로 잘 알려진 배우다. 9세 때 아버지가 연출한 영화에 출연해 배우 활동을 시작했다. 국내에는 '랜드 오브 데드' '라스트 데이즈' '미스트리스' 등의 영화로 소개됐다.
지난 3일 오후 4시 부산 월석아트홀에서 만난 그는 "배우는 스스로 선택한게 아니라 '선택당한' 직업이었다"며 "어릴 때부터의 꿈은 작가가 되는 것이었다. 영화에 대해 배우면서 연출에서의 즐거움이 더 커 감독을 하게 됐다"고 감독이 된 이유를 밝혔다.
'월드 시네마' 부문에 초청된 '아리아'는 아시아 아르젠토가 10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이혼한 부모 사이를 오가는 9세 소녀 아리아의 성장담을 그렸다.
두 아이의 어머니이기도 한 그는 "아이들은 굉장히 성스러운 존재"라며 "어른과는 다른 아이들만의 진정한 순수함을 영화로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 또 "비디오게임처럼 빠른 화면으로만 만들어지는 요즘 영화들과 달리 아이를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구혜선은 어머니와 딸의 갈등을 그린 '다우더'로 부산을 찾았다. 지난 3일 부산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 분수광장에서 열린 관객과의 대화 행사에서 구혜선은 "서른 살이 넘어 친구들도 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친구들과 자녀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 어머니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며 기획 의도를 밝혔다.
문소리는 자신이 주연과 연출을 도맡은 단편영화 '여배우'를 영화제에서 첫 공개했다. 캐스팅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여배우가 친구들과 등산을 갔다 남자 제작자와 그 친구들을 만나면서 겪는 해프닝을 통해 여배우로 하지 못한 솔직한 이야기를 담았다. 문소리는 개막식 사회는 물론 출연작 '관능의 법칙'과 '자유의 언덕', 연출작 '여배우' 관련 행사까지 참석하며 영화제 기간 중 가장 바쁜 행보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