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뺑덕'으로 첫 주연 맡은 이솜
새롭고 다양한 감정에 끌려 선택
순수함과 욕망 뒤섞인 캐릭터 소화
"모델과 배우는 표현하는 즐거움"
소녀의 순수함과 악녀의 요염함을 동시에 표현하기란 쉽지 않다. 이솜(24)이 '마담 뺑덕'을 선택한 것은 상반된 모습을 지닌 역할을 통해 배우로서 좀 더 다양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모델 출신 배우'라는 수식어를 떼고 진짜 배우로 성장하기 위한 과감한 선택이었다.
'마담 뺑덕'은 효를 다룬 고전 '심청전'을 욕망의 텍스트로 변주한 치정극이다. '심청전'의 심학규와 뺑덕어멈의 이야기를 비틀어 순수한 사랑이 욕망이 되고 집착과 애증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뺑덕어멈에서 모티브를 따온 주인공 덕이는 순수함에서 비롯된 뜨거운 사랑과 차가운 배신을 동시에 겪으면서 복수와 애증의 마음을 갖게 되는 인물이다. 이솜은 덕이가 지닌 "새로운 캐릭터와 다양한 감정"에 끌렸다.
"그 동안 보여준 이미지와 다른 새로운 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왔어요. 임필성 감독님과의 작업, 정우성 선배님과의 호흡은 어떨지 기대감도 있었고요. 시나리오가 어떻게 완성될지, 현장 분위기는 어떨지에 대한 전체적인 궁금증이 있었어요."
이솜은 '마담 뺑덕' 속 덕이의 감정 변화를 3막으로 나눠서 이해했다. 1막이 처음 느끼는 사랑의 감정에 모든 것을 내던지는 순수한 덕이의 모습이라면 2막은 8년의 시간이 흐른 뒤 복수를 위해 학규(정우성)에게 접근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3막은 애증에 사로잡힌 덕이의 마지막을 담고 있다.
"초반부의 덕이는 재밌게 촬영했어요. 촬영 초반이라 적당히 긴장도 돼고 재밌었죠. 현장의 긴장감 때문에 학규를 향한 덕이의 설렘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었고요. 하지만 제일 재밌었던 것은 마지막 3막의 덕이였어요. 촬영을 하면서 덕이를 점점 이해하게 되다 보니 애증의 감정도 잘 와 닿더라고요."
쉽지 않았던 것은 욕망과 집착이 뒤섞인 복수심을 드러내는 2막이었다. 그 복잡한 감정의 서막을 열게 되는 베드신은 "배우로서도 여자로서도 고민이 되는" 장면이었다. "시나리오를 볼 때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신이었어요. 덕이가 학규에게서 절대로 떨어지지 않겠다고 마음먹는 중요한 감정이니까요. 후반부의 덕이를 예고하는 느낌도 있고요." 쉽지 않은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임필성 감독과 정우성과도 많은 대화를 나눴다. 힘들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만족스러웠다. "저를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였죠. 스스로를 조금 더 알 수 있게 됐고요."
이솜이 '마담 뺑덕'을 선택한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덕이가 학규의 딸 청이(박소영)와 엮이는 감정적인 관계였다. 아빠 때문에 엄마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청이가 덕이에게 일종의 모성애를 느끼는 장면들이다. 학규를 향한 덕이의 애증 못지않게 깊은 감정을 담은 신들이지만 완성된 영화에서는 아쉽게 삭제됐다.
"또 다른 사랑의 감정이죠. 흥미진진하고 재밌었어요. '우와, 이것도 내가 해보지 않았던 연기다'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현장에서는 힘들지라도 그 감정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함이 있었고요. 완성된 영화에 담기지 못해 아쉽기도 해요. 하지만 그 장면들이 그대로 담겼다면 또 어떤 반응이 나왔을지 궁금하네요(웃음)."
이솜은 '마담 뺑덕' 속 덕이의 다양한 모습들을 스스로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터뷰 내내 수줍은 표정으로 웃음을 짓는 모습들은 덕이의 순수함을 영락없이 닮아 있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욕망에 사로잡힌 덕이보다 훌라후프를 하며 수화를 하는 덕이의 모습이 더 기억에 남은 것은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모델 일을 시작했을 때 이솜은 예쁜 것보다 멋진 화보를 찍고 싶었다. 새롭고 다양한 모습으로 스스로를 표현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꼈다.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는 마음은 이솜을 자연스럽게 배우의 길로 이끌었다. 2010년 데뷔작 '맛있는 인생'을 시작으로 '푸른소금' '하이힐' '산타바바라' 등의 영화와 드라마 '유령'까지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차곡차곡 연기력을 쌓아왔다.
"배우도 자신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모델과 비슷해요. 다만 하나의 캐릭터를 이해하고 분석하면서 감정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배우만의 즐거움이 있죠.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도 재밌고요. '모델 출신 배우'라는 수식어는 신경 안 쓰려고 해요. 더 다양한 모습, 그리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으니까요. '마담 뺑덕'으로 관객들이 제가 누구인지 궁금해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저는 성공이라고 생각해요(웃음)."
사진/김민주(라운드테이블) 디자인/최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