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이라는 단어는 사람을 아련하게 만든다. 설렘과 기대, 두려움과 불안, 그리고 풋풋하지만 서툰 감정들이 그 안에 모두 녹아 있기 때문이다. 23일 개봉한 '모모세, 여기를 봐'는 그런 첫사랑의 감성을 스크린 가득 담아낸 영화다.
영화는 첫 소설로 촉망 받는 작가가 된 노보루(무카이 오사무)가 모교에서 열리는 강연에 참석하기 위해 15년 만에 고향에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그곳에서 노보루는 학창 시절 퀸카로 불렸던 칸바야시 선배를 만나면서 과거의 추억에 빠져든다. 마음 한편에 묻어뒀던 첫사랑의 기억이다.
그 시절의 노보루(타케우치 타로)는 스스로를 '레벨2'에 불과하다고 말하던 내성적이지만 순수한 소년이었다. 어느 날, 인기 많은 킹카이자 어릴 적부터 친하게 지냈던 미야자키 선배를 만나러 간 노보루는 단발머리가 매력적인 동급생 모모세(하야미 아카리)를 소개 받는다. 칸바야시와 모모세 사이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던 미야자키는 노보루에게 모모세와 사귀는 척 연기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렇게 노보루는 모모세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처음으로 설레는 마음을 느낀다.
영화는 노보루의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일종의 액자식 구성을 취하고 있다. 극적인 사건 대신 독특한 플롯으로 흥미를 자아낸다. 이미 끝나버린 첫사랑을 떠올리는 현재의 노보루와 첫사랑의 감정에 서서히 빠져드는 과거의 노보루의 모습이 교차하는 것을 지켜보다 보면 관객은 자연스럽게 영화에 호기심을 갖게 된다. 눈부신 자연광으로 담아낸 노보루와 모모세의 과거 에피소드는 일본 청춘영화 특유의 낭만과 감성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사람의 감정은 쉽게 속일 수 없다. 노보루와 모모세의 감정은 거짓말로 시작됐지만 그 감정은 어느 새 진실이 된다. '나쁜 남자' 미야자키만을 바라보는 모모세, 그리고 그런 모모세를 향한 노보루의 마음은 안타까움과 연민을 넘어 호감이 되고 사랑으로까지 이어진다.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는 노보루와 모모세의 모습은 서투름 때문에 시작도 채 하지 못하는 첫사랑의 아픔을 잘 보여준다. '모모세, 여기를 봐'라는 제목에는 첫사랑의 시린 마음이 담겨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어떻게든 살아간다. 마음 깊이 남은 첫사랑의 아픔은 세월과 함께 서서히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지워지기 마련이다. 달콤 쌉싸름함으로 첫사랑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모모세, 여기를 봐'의 마지막 장면은 오랜 여운을 남길 것이다. 전체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