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에 만연한 하도급 불공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법·제도의 다양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4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건설업계 하도급 불공정행위 근절을 위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하도급 불공정 거래의 구조적 원인과 정책 대안'을 주제로 첫 발제를 맡은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무엇보다 하도급거래에 대한 사회일반의 인식이 변화해야 하고, 이와 관련한 법과 제도가 재정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 연구위원은 "하도급 거래를 비용 최소화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사회의 인식에 문제가 있다"며 "1997년 경제위기 이후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일반화되면서 분업의 효율성과 생산성 향상보다는 인건비 수탈적 구조로 나아가고 있다고"고 지적했다.
이어 "단순한 하도급법의 개정만으로는 건설하도급 분야의 불공정 구조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이 제·개정되고, 개별 산업을 관장하고 있는 법률도 손질하는 등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그는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3배 손해배상제도 전면 도입 ▲소규모 사업자의 조합 결성 활성화 ▲공정거래법상의 중소기업 공동행위에 대한 예외 규정 활성화 ▲어음만기일의 대폭 축소 ▲담합적발시 의무적인 손해배상청구제도의 도입 ▲직접시공의무제의 확대 ▲건설담합에 대한 징벌적 과징금 부과 등을 제도개선 방안으로 제시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강신하 변호사(민변 민생경제위원장)는 건설하도급에서의 대표적인 불공정행위의 유형을 저가 하도급 계약 체결, 불법 다단계 하도급, 추가공사비용 및 위험부담의 전가, 현금지급의무 위반, 부당한 위탁취소, 하자담보책임 악용으로 나눠 설명했다.
특히 강 변호사는 "저가하도급 계약 체결이 주로 대기업의 의도적인 유찰 및 재입찰에 의해 발생하므로 입찰결과를 공개하고, 고의적인 유찰 및 재입찰을 부당하도급 대금결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도급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추가공사 비용과 각종 위험부담을 하수급업체에 전가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추가 작업에 대한 서면작성을 의무화하고, 관계당국이 적극적인 실태조사와 행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제 발표에 이어 토론자로 나선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박승국 연구위원은 발주처의 원도급자 감독책임 강화 방안을 소개했고, 이동우(민변 민생경제위원회 하도급TF 팀장) 변호사는 건설하도급 불공정행위를 막기 위한 구체적인 법률 개정안을 소개했다. 이 변호사는 건설하도급 분야에서 가장 많은 분쟁이 발생하는 추가 공사 분쟁을 막기 위한 법 개정안을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서울시와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도 참석했다. 우선 최의수 서울시 도시안전실 하도급관리 팀장은 "서울시가 하도급직불제, 표준하도급계약서 사용, 주계약자 공동도급제를 건설하도급 불공정문제 개선을 위한 3대 정책과제로 선정해 추진하고 있다"고 불공정 시정을 위한 서울시의 노력을 소개했다.
또 김정희 국토교통부 건설정책구 건설경제과장은 "법률을 개정해야 하는 부분은 실무자들과 검토한 뒤 반영하도록 노력하고, 행정적인 부분은 관련 부서들과 협의 후 시정하겠다"고 말했다. 박재규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거래정책과장은 "하도급법 관련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 동의한다"며 의견을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 김경협·김기준·홍종학·이미경·부좌현 의원이 주최,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주관, 대한전문건설협회 후원으로 진행됐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토론회 이후 건설하도급 불공정 근절을 위한 법령 개정안을 제 국회의원들과 함께 발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