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과 노동이라는 테마는 상업영화에서는 흔히 다루지 않는 주제다. 현실을 잊게 함으로써 재미와 감동을 전하는 상업영화에서 자본과 노동처럼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기 때문이다.
13일 개봉한 '카트'(감독 부지영)는 상업영화의 틀 안에서 노동의 문제를 다루겠다는 쉽지 않은 시도를 하는 작품이다. 감독·제작자·배우들이 여성이라는 점도 인상적이다. 자칫 프로파간다가 될 수 있는 위험성도 있는 기획이다. 그러나 완성된 영화는 작품의 완성도는 물론 대중성까지 확보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영화는 대형마트에서 계산원과 청소부로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 직원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 중심에 있는 인물은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선희(염정아)다. 선희는 자본이 무엇이고 노동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던 평범한 아줌마다. 고등학생 아들과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을 키우느라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던 그녀는 5년 동안 꾸준히 일하며 정규직 전환을 눈앞에 둔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로 인해 선희의 삶은 송두리째 뒤흔들린다.
'카트'는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관객과 공감대를 형성한다. 선희를 비롯해 이혼 후 홀로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 혜미(문정희),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문을 두드리고 있는 미진(천우희), 그리고 정규직인 동준(김강우)을 친엄마처럼 대하는 청소부 순례(김영애)가 그들이다. 여기에 선희의 아들인 태영(도경수)과 태영의 친구 수경(지우)의 이야기가 더해지면서 영화는 노동이라는 화두를 본격적으로 건드린다.
'카트'의 미덕은 무겁게 느껴지는 노동이라는 주제를 모두가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풀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회사의 부당한 대우에 어쩔 줄 몰라 하던 선희는 이미 부당해고를 당한 경험이 있는 혜미의 손길에 노조원 대표가 돼 길고 긴 투쟁에 나선다. 이를 통해 선희는 회사를 향해 당당히 자신의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주체적인 인물이 된다. 선희의 변화와 성장이 관객에게 가슴 뭉클함을 전한다. 민낯으로 현실적인 인물이 된 배우들의 열연도 빼놓을 수 없다.
'카트'의 주제는 명확하다. 영화 후반부에서 "사람 대접해달라"는 선희의 외침 속에 그 주제가 함축돼 있다. 적어도 사람대접은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 '카트'는 그렇게 관객에게 연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12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