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거게임'은 10대들의 생존 게임으로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미래의 독재국가 판엠을 무대로 한 SF 판타지 시리즈다. 이 시리즈가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인기를 얻은 것은 아니었다.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10대 여자 주인공, 그리고 판타지 장르라는 점에서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아류작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살아남기 위해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 생존 게임 또한 '배틀로얄'이 먼저 다룬 익숙한 설정이었다.
그러나 '헝거게임' 시리즈는 익숙한 이야기를 새로운 시선으로 접근함으로써 지금의 인기 시리즈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주인공들의 로맨스 대신 리얼리티 쇼를 둘러싼 미디어의 행태, 그리고 독재국가 내부의 계급 문제 등 정치·사회적인 문제를 보다 집중적으로 다룸으로써 차별화된 재미를 선사했다. 여기에 주인공 캣니스를 연기하는 제니퍼 로렌스의 할리우드 내 위치가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히 상승한 것 또한 시리즈의 인기 요인이 됐다.
'헝거게임: 모킹제이'는 '헝거게임: 판엠의 불꽃'(2012)과 '헝거게임: 캣칭 파이어'(2013)에 이어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할 마지막 편 중 1부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전작에서 연인 피타(조쉬 허처슨)를 남겨두고 반란군에 합류하게 된 주인공 캣니스(제니퍼 로렌스)가 피타를 구하기 위해 혁명의 상징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렸다. '헝거게임: 캣칭 파이어'의 프란시스 로렌스 감독이 메가폰을 다시 잡았다.
결말을 향해 가는 작품인 만큼 영화는 전작들보다 한없이 무겁고 비장하다. 서바이벌 게임이자 리얼리티 쇼였던 '헝거게임' 안에서 권력에 맞서 싸웠던 캣니스는 이제 게임이 아닌 전쟁에 뛰어들어 싸움에 나선다. 주제 면에서도 한층 깊이를 더하고 있다. 대중을 지배하기 위해 TV 리얼리티 쇼를 이용했던 캐피톨과 그런 캐피톨의 권력을 빼앗아 올 전쟁을 위해 프로파간다 영상을 사용하는 반란군의 대비되는 모습에서는 정치권력 전반에 대한 영화의 비판적인 태도가 잘 드러난다.
영화 속에는 "타협 없는 진보는 없고 희생 없는 승리는 없다"는 대사가 나온다. 그러나 이 비장한 결단과 달리 캣니스의 고민은 지극히 개인적이다. 자신의 가족이 무사할 것, 그리고 사랑하는 피타를 다시 되찾아 오는 것이다. 대의를 위한 희생을 강요하는 세상 속에서 인간적인 가치만큼은 놓치지 않으려는 캣니스의 모습이 보는 이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든다. 제니퍼 로렌스의 열연도 그 뭉클함에 힘을 더한다. 다만 1년 뒤 개봉할 다음 편을 예고하는 결말은 기대와 아쉬움을 동시에 갖게 한다. 15세 이상 관람가. 11월20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