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회항' 사태와 관련해 국토교통부가 대한항공을 운항정지 또는 과징금 부과로 행정처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국토부는 16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조 전 부사장은 5일 뉴욕발 대한항공 1등석에서 승무원의 견과류 제공 서비스를 문제삼아 사무장을 질책하며 이륙 준비중인 항공기를 되돌려 사무장을 내리게 해 항공보안법 등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토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달중 특별안전진단팀을 꾸려 대한항공의 안전관리체계 전반을 점검해 대한항공의 조직문화가 안전에 영향을 끼치는지 살피고 문제가 있으면 개선조치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이번 사건에서 거짓진술 회유, 운항규정 위반 등이 있었다고 판단하고 대한항공에 책임을 물어 운항정지나 과징금으로 행정처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대한항공의 경우, 거짓진술토록 항공종사자를 회유한 것은 항공법 제115조의3제1항제43호(검사의 거부·방해 또는 기피)에 위반되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박창진 사무장 등의 허위진술은 항공법 제115조의3제1항제44호(질문에 답변하지 않거나 거짓을 답변)의 위반에 해당되며, 안전운항을 위한 기장의 승무원에 대한 지휘·감독 의무를 소홀히 한 것은 항공법 제115조의3제1항제40호(운항규정을 지키지 아니하고 항공기를 운항)를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 같은 위반사항에 관해 법률자문 등을 거쳐 되도록 이른 시일에 행정처분심의위원회를 열어 조치할 계획이다.
운항규정 위반과 거짓 진술 회유, 허위진술 등 3가지에 대한 운항정지는 각각 7일씩 총 21일에 해당하며 이를 과징금으로 대신하면 14억4000만원이다. 운항정지 일수나 과징금 액수는 50%까지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
보강조사에서 위법사실이 추가로 확인되면 행정처분은 더 무거워질 수 있다.
운항정지는 원칙적으로 전 항공기나 해당 노선, 특정 항공기에 대해 할 수 있지만 통상적으로 노선 운항정지가 이뤄진다.
대한항공은 이에 따라 운항정지 처분을 받으면 이번 사건이 일어난 인천∼뉴욕 노선에서 상당기간 운항을 못할 수 있다.
국토부는 기장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을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장이 승무원을 통솔해야 하는 의무를 소홀히 했다"면서도 "조 전 부사장의 탑승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묵시적으로 위력(지위를 이용한 압박)에 의해 램프리턴(탑승게이트로 항공기를 되돌리는 일)했다고 볼 수밖에 없어 처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조 전 부사장에 대해서는 일부 승무원과 탑승객 진술에서 고성과 폭언 사실이 확인된 만큼 항공보안법 제23조(승객의 협조의무)를 위반한 소지가 있다면서 이날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 조항을 위반하면 벌금 500만원의 처벌을 받는다.
항공법 제23조에 따르면 승객은 '폭언·고성방가 등 소란행위'나 '기장 등의 업무를 위계 또는 위력으로 방해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다만 국토부 조사에서 조 전 부사장의 폭행 여부는 확인되지 않아 그동안의 조사자료를 전부 검찰에 넘기고 항공보안법 제46조(항공기 안전운항 저해 폭행죄)의 적용 여부는 검찰의 법리적 판단에 따르기로 했다. 항공보안법 46조를 위반하면 5년 이하 징역에 처해진다.
특히 국토부는 조 전 부사장의 탑승 당시 음주 논란에 대해 조 전 부사장이 탑승 몇 시간 전에 와인 1∼2잔을 마셨다고 진술했다고 확인했다.
조 전 부사장은 국토부 조사에서 램프 리턴을 지시하지는 않았고 사무장에게 내리라고만 했다고 진술했다.
국토부는 조사자료를 검찰에 넘기는 것과 별도로 대한항공의 행정처분을 위한 보강조사는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검찰은 이번 사건 수사를 위해 17일 오후 2시 조 전 부사장을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국토부의 경우 항공법과 항공보안법에 대해서만 판단했지만 검찰은 조 전 부사장에 대해 형법의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나 '강요죄'를 적용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으며 조 전 부사장의 증거 인멸 지시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국토부의 대한항공 행정처분 등 방침에 대해 국토부가 조 전 부사장에 대한 비난 여론과 함께 이번 사건 조사가 부실했다는 비판을 의식해 뒤늦게 강경한 입장을 취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국토부는 박 사무장 조사 요청을 하면서 대한항공을 통해 연락을 취해 물의를 빚었다. 또 국토부 조사관 중 일부가 대한항공 출신인 점, 사무장 조사 과정에서 대한항공 임원들이 바로 옆자리에 배석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대한항공 봐주기 논란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