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의 '토토가' 특집./방송캡처
추억처럼 사람의 마음을 쉽게 움직이는 것도 없다. 지나간 기억을 떠올린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그리움과 아련함, 쓸쓸함과 같은 여러 감정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많은 TV 프로그램들이 추억을 소재로 감동을 만들어내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추억을 통해 감동을 만들어내는 것. 때로는 '추억팔이'라고 비판을 받지만 그만큼 효과적으로 감동을 선사하는 수단도 없다.
그러나 27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 특집은 단순히 '추억팔이'로만 치부할 수는 없는 마음의 흔들림이 있었다. 그것은 90년대에 대한 추억과 향수를 시청자뿐만 아니라 스타들도 똑같이 가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생겨나는 울림이었다.
이날 방송에서 인상적이었던 장면 중 하나는 바로 대기실에 붙여져 있는 가수들의 과거 앨범 재킷 사진들이었다. S.E.S와 김건모, 소찬휘 등은 전성기 시절 자신들의 앨범 재킷을 바라보며 묘한 향수에 빠져들었다. 지누션은 재킷 그대로 포즈를 취하기도 했고, 이정현은 데뷔 당시 복근을 드러냈던 파격적인 패션이 부끄러운 듯 사진을 가리기도 했다.
과거 앨범 재킷 사진에 대한 스타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지만 공통적인 것은 모두들 그 시절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무한도전'의 '토토가' 특집은 90년대 스타들도 우리처럼 과거를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킴으로써 단순한 '추억팔이'에서 벗어났다. 우리가 그들의 무대를 보고 싶었던 것만큼 그들도 자신들의 무대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것, 이를 통해 곧 '무한도전'의 '토토가' 특집은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였다.
27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의 '토토가' 특집./방송캡처
'무한도전'은 90년대 스타들의 사연을 단지 과거의 이야기로 치부하지 않았다. '국민 요정'에서 세 아이의 엄마가 된 S.E.S의 슈, 그리고 터보 탈퇴 이후 '행사'를 뛰며 긴 시간을 혼자 보내온 김정남, 그리고 어머니의 병간호를 위해 공백기를 가졌다는 이본의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아침 프로그램에나 어울릴 법한 사연이다. 하지만 '무한도전'은 이들이 처한 현실은 달라졌을지언정 마음 속 무대를 향한 열정만큼은 변함없음을 보여줌으로써 기존 프로그램과의 차별화에 성공했다.
한때를 풍미했던 스타들도 세월의 무게감을 견뎌내기란 쉽지 않았다. 오랜만에 완전체로 무대에 오른 터보는 조금은 힘겹게 공연을 마쳤지만 객석의 환호에 열정만큼은 뜨겁게 불타올랐다. 아쉬움도 컸겠지만 이들 스타들은 각자의 무대를 마친 뒤 하나 같이 "재미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방청객과 시청자들이 추억의 가수들의 공연을 오랜만에 다시 보며 즐거워할 때, 긴 시간이 흘러 무대에 다시 선 스타들도 행복과 즐거움을 동시에 느꼈다. 그렇게 '무한도전'은 스타와 대중의 관계를 수평적으로 만들어냄으로써 우리를 웃고 울리는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