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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필름리뷰-워킹걸] 도발적으로 시작했지만…무난한 마무리

보희(조여정)는 '워킹걸'이다. 여전히 자신만을 바라봐주는 대학교수 남편과 눈에 넣어도 하나도 안 아픈 딸이 있지만 보희의 머릿속은 자나 깨나 늘 일 생각뿐이다. 잦은 야근으로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오기 일쑤인 보희에게 남편의 잠자리 요구는 부담스러운 짐일 뿐이다.

영화 '워킹걸'./메가박스 플러스엠



그러나 열심히 일하며 쌓아온 경력도 한 순간의 실수로 다 날아가는 법이다. 승진의 기회를 눈앞에 둔 보희는 프레젠테이션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저지르며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남편까지 집을 나가면서 절망에 빠진 보희 앞에 또 다른 '워킹걸' 난희(클라라)가 나타난다.

영화 '워킹걸'의 출발은 무척 도발적이다. 오직 일에서만 즐거움을 느껴온 보희는 자칭 성(性) 전문가인 난희를 만나 '오르가즘'이라는 또 다른 삶의 즐거움을 경험한다. 여성으로서 새롭게 깨어난 보희는 성을 음지가 아닌 양지로 꺼내야 한다며 폐업 위기에 처한 난희의 섹스숍에 퇴직금을 쏟아 붓는다. 영화는 이들이 함께 섹스숍을 운영하며 겪는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린다.

성공한 커리어우먼인 보희, 그리고 섹시한 이미지의 난희는 한국 사회가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을 잘 보여준다. 사회에서 주목 받는 여성이 되기 위해서는 남자보다 더 열심히 일을 하거나 성적인 매력을 어필해야 한다는 안타까운 현실이 이들 캐릭터에 녹아있다. '워킹걸'이 흥미로운 것은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섹스숍을 무대로 삼아 고지식한 사회를 향한 도발적인 문제제기로 풀었다는 점이다. 성에 대한 솔직한 태도 속에서 보다 주체적인 여성으로 거듭나는 보희와 난희의 이야기가 은밀한 유쾌함을 느끼게 만든다.

영화 '워킹걸'./메가박스 플러스엠



그러나 발칙한 도발의 결말은 너무나 안정적이다. 재기에 성공해 새로운 꿈을 향해 달려가는 보희에게 영화는 또 한 번 '일과 가족'이라는 선택지를 던진다. 사회의 편견과 선입견에서 벗어나 유쾌한 탈주를 즐기던 보희의 마지막 선택은 영화 전반의 분위기를 거스를 정도로 지나치게 무난하다. 사회의 편견과 선입견에 의문을 던지며 시작한 도발은 결국 그렇게 기존 사회의 가치관에 편입되고 만다. 상업영화로서는 최선의 결말이겠지만 그럼에도 아쉬움을 지울 수는 없다.

그럼에도 '워킹걸'에는 몇 가지 눈여겨볼 부분이 있다. '병맛'에 가까운 소품과 설정들은 정범식 감독 특유의 취향을 확인할 수 있어 흥미롭다. 생애 첫 코미디 연기에 도전한 조여정의 몸을 내던진 열연도 빼놓을 수 없다. 다만 영화배우로 본격적인 도전장을 내민 클라라는 가능성만 보여주는데 그친 것 같다. 청소년 관람불가. 1월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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