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은 능력 있는 사람이 오래 남는 것이 아니라 오래 남는 사람이 능력 있는 것이라고들 말한다.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고 있는 2015년의 한국 사회에서 이 말은 더욱 뼈저리게 다가온다. 그런 2015년의 시작과 함께 '언브로큰'이 개봉하는 것은 단순한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이 힘든 세상을 견뎌낼 수 있는, '버텨야 하는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언브로큰'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실존했던 인물인 루이 잠페리니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이탈리아 이민자 출신인 루이는 뛰어난 달리기 실력으로 미국의 미래를 짊어질 육상 선수로 주목 받았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그는 폭격을 당해 망망대해서 47일 동안을 표류했고 일본군의 전쟁 포로가 되는 등 고난을 겪어야 했다. 영화는 고난 속에서도 삶에 대한 의지와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던 루이의 내면을 찬찬히 담고 있다.
"순간의 고통을 견디면 영원한 영광을 즐길 수 있어." 독일 베를린 올림픽 출전을 위해 고향을 떠나는 루이에게 형은 말한다. '언브로큰'의 주제는 이 한 마디 말에 함축돼 있다. 루이의 삶은 바로 버티고 기다리는 '인내의 삶' 그 자체다. 앞이 보이지 않는 바다 위에서 전우들과 함께 표류하게 된 순간에도 루이는 어떻게든 삶을 이어가기 위해 상어까지 잡아먹는 등 안간힘을 다한다. 도무지 견뎌내기 힘든 환경 속에서도 삶의 의지를 꺾지 않는 루이의 강인함은 '언브로큰'을 이끌어가는 가장 큰 추동력이다.
믿기지 않는 47일 동안의 바다 위 표류기가 영화의 전반부를 채우고 있다면 후반부는 일본군의 포로가 돼 겪는 고난에 초점을 맞춘다. 도쿄 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기를 바랐던 루이는 그러나 자신의 기대와 달리 처참한 포로 신세로 도쿄에 발을 내딛는다. 올림픽 출전 선수라는 유명세를 이용해 일본에 협조하라는 유혹을 받지만 그럼에도 루이는 자신의 의지를 져버리지 않는다. 루이에게 묘한 애증을 느끼는 일본군 장교 와타나베(미야비)의 무자비한 명령마저도 끝내 견뎌내고 일어서는 루이의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이다.
제목처럼 단 한 순간도 '부러지지 않는' 루이의 이 강직한 삶을 보고 있노라면 이 힘든 세상도 어떻게든 버틸 수 있을 것이라는 일말의 희망을 갖게 된다. 물론 그가 처했던 현실과 우리의 현실을 일대일로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루이와 달리 우리는 지금의 부조리한 사회를 그저 버텨야만 하는 건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점점 더 살기 힘들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쏟아지고 있는 2015년의 출발점에서 '언브로큰'을 만나는 것은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