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썸'의 시대다.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너"라는 유행가 가사처럼 연애의 트렌드도 깊은 관계보다는 얕으면서도 안전한 관계로 바뀌어가고 있다. '오늘의 연애'(감독 박진표)의 두 주인공 준수(이승기)와 현우(문채원)도 끝없이 이어지는 '썸'으로 연애에서만큼은 좀처럼 순탄하지 못하다.
준수의 문제는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다 해주려고 한다는 점이다. 한 마디로 '밀당(밀고 당기기)'을 못한다. 여자에게만 늘 맞춰주기만 하다 보니 연애를 해도 100일을 넘기는 일이 드물다. 18년째 친구로 지내온 현우마저도 "결정적으로 흥분이 안 돼"라는 말을 들을 정도다.
현우의 문제는 해서는 안 될 사랑에 집착한다는 것이다. 기상캐스터로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현우의 마음은 같은 방송국 PD인 동진(이서진)을 향해 있다. 문제는 동진이 유부남이라는 것. 오직 사랑이라는 감정에만 몰두하는 현우의 연애는 그렇게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다.
'오늘의 연애'는 제목처럼 쉽지 않은 오늘날의 연애를 그린다. 영화의 지향점은 지금 20~30대 청춘들이 공감할 로맨스다. 서울의 '핫 플레이스'인 홍대와 이태원, 서촌 등을 배경으로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거나 들어봤을 법한 에피소드들이 영화를 가득 채운다. "사랑은 안 변해요. 사람이 변하지" "넌 그 사람을 사랑한 게 아니라 사랑을 사라한 거야. 네 감정을 사랑한 거지" 등 연애 블로그에서 접할 수 있는 대사들도 영화에 현실적인 공감대를 더한다.
그러나 '오늘의 연애'는 지금 시대의 연애에 대한 단상들을 모아놓기만 할 뿐 이를 하나로 묶는 통찰력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무엇보다도 왜 이들이 이렇게 '썸'만 타는지를 설득력 있게 설명하지 못한다. 두 주인공을 순수하고 착하게 묘사하고 있지만 결국 이야기만 놓고 보면 '어장관리녀'와 '호구남'의 로맨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따름이다. 결국 '오늘의 연애'는 기성품 로맨스 영화처럼 사랑을 아름다운 것만으로 묘사하는데 그치고 있다.
다만 배우들이 이들 캐릭터를 그나마 사랑스럽게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문채원은 얄미울 수 있는 캐릭터에 다양한 매력으로 생기를 불어넣고 있고 이승기는 첫 스크린 도전임에도 안정한 연기력으로 존재감을 발휘한다. 15세 이상 관람가. 1월 15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