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 크롤러'의 주인공 루이스 블룸(제이크 질렌할)을 보면 '데어 윌 비 블러드'의 주인공 다니엘 플레인뷰가 떠오른다. 화려한 언변으로 뭇사람들을 사로잡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 언변 뒤에 돈에 대한 욕망이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무엇보다도 두 인물 모두 현대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공통점이 있다. 루이스와 다니엘은 지금 이 사회의 단면이 반영된 인물들이다.
물론 누군가는 이 말에 동의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이트 크롤러'에서 보여주는 루이스의 행동은 마치 소시오패스마냥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가진 것도 이룬 것도 하나 없는 별 볼 일 없는 남자인 루이스 블룸은 "무엇이든 빨리 배운다"는 넘치는 자신감과 이를 바탕으로 한 언변으로 하루하루를 근근이 살아간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법이나 윤리가 아니다. 오직 돈만이 그의 행동을 이끈다.
루이스가 마침내 찾아낸 돈이 나올 구석은 바로 사건사고 현장의 특종영상이다. 그것도 적나라하고 자극적인 영상이 필요하다. 지역방송국의 보도국장 니나(르네 루소)가 루이스를 더욱 부추긴다. 2년 계약직인 니나는 오직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언론 윤리를 져버리고 루이스가 찍어온 자극적인 영상을 여과 없이 내보낸다. 돈과 성공만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니나와 루이스는 더없이 잘 어울리는 콤비다.
영화는 루이스가 돈이 되는 특종 영상을 얻기 위해 현장을 조작하기 시작하면서 절정으로 치닫는다. 윤리적으로는 물론 법적으로도 용납되지 않는 행동이지만 오직 돈만 추구하는 루이스에게는 지극히 상식적인 행동이다. 돈의 논리에 따라 움직인다는 점에서 루이스는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인간이다. 루이스가 니나에게, 그리고 자신이 '고용한' 조수 릭(리즈 아메다)에게 마치 회사의 고용주처럼 말하는 것이 흥미롭게 다가오는 이유다.
'나이트 크롤러'가 놀라운 것은 단순한 범죄 영화를 뛰어넘어 자본이 지배하는 현실 사회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담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기대를 철저하게 배반하는 결말 또한 영화가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를 잘 보여준다. 나아가 언론의 폐부까지도 날카롭게 파헤친다. 무심한 표정 뒤에 광기를 감춰둔 제이크 질렌할의 연기는 영화를 본 뒤에도 강한 서늘함으로 남는다. 청소년 관람불가. 2월 26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