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가 구제금융을 두고 진퇴양난에 빠졌다. 현금 보유량이 줄어드는 가운데 그리스 최대 채권국 독일은 구제금융 조건을 내걸었고,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그리스 총리의 발언을 문제삼으며 유럽연합(EU)에 항의했다.
1일(현지시간) 유로그룹 의장과 독일 재무장관은 그리스를 향해 구제금융을 받으려면 개혁을 서두르라고 경고했다. 앞서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지난달 24일 그리스 구제금융을 4개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의 예룬 데이셀블룸 의장은 "그리스가 긴급 자금을 수혈받으려면 채권자들이 요구하는 경제개혁 일부라도 즉각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발언은 그리스 정부 재정이 조만간 바닥나 정부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왔다. 그리스 구제금융 당국은 빠르면 2주 사이 그리스 정부의 현금이 고갈돼 이번달에 갚아야 할 43억 유로를 조달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했다.
그리스의 최대 채권국인 독일도 그리스의 재정 상태를 문제삼았다.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1일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그리스가 구제금융 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면 추가 구제금융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리스가 필요한 조치를 이행할 것으로 믿고 있으며, 결국은 의무를 다할 것"이라면서도 요구 조건을 이행해야 추가 지원이 가능함을 재확인했다.
◆ 그리스 총리 분통 터뜨려
한편 그리스의 구제금융 연장 잡음은 인근 국가들과의 갈등을 낳았다. 지난달 28일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안티 그리스축'이라고 지칭하면서 이들 국가가 그리스 정부를 전복하려 한다는 발언이 문제가 된 것이다.
당시 치프라스 총리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자국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그리스 구제금융 연장) 협상 전반을 좌절시키려 했다"면서 "선거를 앞둔 스페인에 영향을 미치기 전에 그리스 정부를 약화시켜 조건 없는 항복을 받아내려 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열린 그리스 총선에서 시리자가 당선된 이후 유럽에서 반긴축 정당의 인기가 커졌는데, 스페인과 포르투갈 정부가 이를 견제하고자 구제금융 연장 협상이 그리스에 불리하도록 힘을 썼다는 것이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정부는 치프라스 총리의 발언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하며 유럽연합(EU)에 공식적으로 항의 성명을 전달했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그리스 문제의 책임은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아닌 집권 세력에 있다. 치프라스 총리는 그리스 부채 문제에 대해 좀 더 신중해야 한다"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