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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필름리뷰-헬머니] 이름없는 할머니는 누구를 위해 욕을 하나?

영화 '헬머니'./전망좋은영화사·컨텐츠온미디어



영화 '헬머니'(감독 신한솔)에서 배우 김수미가 연기하는 주인공에게는 이름이 없다. 아니, 이름이 있기는 하지만 그냥 할머니, 혹은 별명인 '헬머니'로 불릴 뿐이다. 어느 순간 자신의 이름을 잃고 누군가의 엄마로 불리게 되는 우리들의 어머니처럼 말이다.

영화는 사기죄로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던 할머니가 출소하면서 겪는 일을 그린다. 배다른 두 형제를 둔 할머니는 그 중에서도 어릴 적 자장가도 제대로 불러주지 못한 채 고아가 돼야 했던 장남 승현(정만식)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 할머니는 차남 주현(김정태)의 집에서 얹혀살면서 장남 승현의 집에 가정부로 몰래 들어가 일을 하기 시작한다.

두 아들에게 제대로 어미 노릇도 하지 못한 할머니의 이야기가 '헬머니'의 한 축이라면 또 다른 한 축에는 바로 극중 욕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욕의 맛'이 있다. 타고난 욕쟁이인 할머니는 우연찮게 '욕의 맛' PD의 눈에 띄어 뜻하지 않게 TV에 출연하게 된다. 3억원이라는 상금이 아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 어렵사리 출연을 수락한 '욕의 맛'에서 할머니는 맛깔 나는 욕 실력으로 '헬머니'라는 별명과 함께 인기를 얻게 된다.

영화 '헬머니'./전망좋은영화사·컨텐츠온미디어



'헬머니'를 놓고 영화적인 완성도 측면에서 잘 만든 영화라고 엄지를 치켜세우기는 힘들 것이다. 영화는 구성적인 측면에서 몇 가지 치명적인 실수들이 보인다. 할머니와 두 아들 사이의 이야기에서 현실적인 설득력을 떨어뜨리는 도식적이고 과장된 설정이 눈에 띈다. 극중 서바이벌 프로그램 '욕의 맛'도 명확한 룰이 제시되지 않아 서바이벌 특유의 긴장감이 떨어진다. 가족 드라마와 코미디의 경계를 오가지만 이 둘이 잘 섞여 있다는 느낌도 잘 들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헬머니'에는 마음이 움직이는 구석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이 이름 없는 할머니의 캐릭터에 있다. 할머니는 타고난 욕 실력을 갖고 있지만 아무 때나 욕을 하지 않는다. 할머니는 누군가를 위해서만 욕을 한다. 지하철에서 억울한 일을 여자를 대신해서, 삶을 포기하려는 아저씨를 대신해서, 그리고 돈과 성공의 논리에 짓눌려 제 소리 내지 못하는 아들을 위해 욕을 한다. 그 모습에서 우리의 마음이 움직이는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를 대신해 욕을 해주는 사람, 자신의 이름마저도 잃은 채 스스로 욕보는 사람이 곧 우리의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바로 김수미라는 배우가 있다. 영화 속에서 할머니는 좀처럼 웃지 않는다. 그저 구부정한 허리로 아픈 몸을 이끌며 세상을 바라볼 뿐이다. 그 고된 삶이 녹아든 표정에는 김수미가 아니면 느낄 수 없는 깊은 페이소스가 있다. 기존 코미디 영화들이 김수미라는 배우를 단발적인 웃음을 위한 도구로만 소비했다면 '헬머니'는 정반대로 김수미가 배우로서 지닌 가치를 최대한 활용해 웃음과 감동으로 승화시키고자 한다. 물론 영화적 완성도까지 갖춰졌다면 그 노력이 더욱 빛났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없지는 않다. 분명한 것은 영화적 완성도와는 별개로 '헬머니'가 배우 김수미의 존재 의미를 증명하는 작품이라는 점이다. 청소년 관람불가. 3월 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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