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바이어던'은 우울하고 슬픈 영화다. 부패로 뒤얽힌 거대한 권력 앞에서 한없이 나약해지는 한 남자의 모습이 남의 이야기처럼 다가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영화의 무게감을 마냥 외면할 수는 없었다. 온갖 부패로 뒤엉켜 있는 이 사회를 직시해야 한다는 영화의 강한 힘 때문이다.
영화의 무대는 러시아의 작은 바닷가 마을이다. 한때는 어업으로 전성기를 누렸지만 지금은 과거의 영광을 뒤로한 채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주인공 콜랴(알렉세이 세레브리아코브)에게 이곳은 부모님이 만든 집이 있고 재혼한 아내 릴랴(옐레나 랴도바)와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까지 있는 포기할 수 없는 삶의 터전이다.
그러나 평온함은 오래가지 않는다. 호화 별장을 지어 재개발 사업으로 돈을 벌려고 하는 부패한 시장 바딤(로만 마댜노브)의 야욕 앞에서 콜랴는 자신의 집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다. 모스크바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친구 디마(볼디미르 브도치엔코브)가 그를 돕기 위해 마을에 오지만 갈등은 좀처럼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영화 전반을 감싸고 있는 것은 제목에서도 전해지는 비장함이다. 롱 숏으로 담아낸 인물들의 작고 초라한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다. 거대한 권력 앞에서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하는 평범한 개인의 심정이 고스란히 담은 장면들이다. 압축과 절제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 구성, 그리고 다양한 은유에 담긴 영상도 영화의 비장함에 힘을 더한다.
이 비장함은 곧 권력 앞에서 서서히 무너져 내리는 주인공 콜랴의 마음이기도 하다. '리바이어던'은 거대한 권력 앞에서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하는 한 개인의 모습을 있는 참혹할 정도로 끝까지 밀어붙인다. 콜랴의 집이 무자비하게 철거되는 모습은 부패한 권력의 폭력성을 피부로 느끼게 만든다. 그렇게 국가 권력은 폐허가 된 고래의 뼈처럼 썩어가고 있음을 영화는 이야기한다.
제목인 '리바이어던'은 욥기에 등장하는 괴물의 이름이자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으로 국가 권력의 형성 과정을 설명한 토마스 홉스의 저서명이다. 또한 현대 히브리어에서는 고래를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 감독은 '리바이어던'이라는 제목이 담고 있는 다양한 의미를 영화 곳곳에 녹여냈다. 이를 통해 현대 사회에서 권력과 개인의 관계를 날카롭게 분석한다.
영화의 질문은 분명하다. 괴물 같은 국가 권력 아래에서 한 사람의 개인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물론 그 대답은 희망적이지 않다. 그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현실을 외면할 것인가, 아니면 바라볼 것인가. 분명한 사실은 외면하다고 해서 현실이 바뀌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청소년 관람불가. 3월 19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