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버스·지하철 요금, 최대 300원 인상
제도-서비스 개선 없이 요금만 인상
대중교통업계 적자, 서민들에게 떠넘겨
서울 버스·지하철 요금이 이르면 6월부터 최대 300원 오를 전망이다. 가계소득 증가율이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걷는 상황에서 요금 인상률이 최고 28%에 달해 서민들의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7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버스 요금을 150~200원, 지하철 요금을 200~300원 올리는 방안을 다음주 발표하고 시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시는 또 마을버스와 공항버스의 요금도 인상할 방침이다. 지방자치단체간 합의가 필요한 광역버스 요금은 논의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지하철과 시내버스 기본요금은 교통카드(성인)을 기준으로 1050원이다. 이에 따라 시내버스 요금은 1200~1250원, 지하철 요금은 1250~1350원이 된다. 인상률은 14.3%에서 최고 28.6%에 달한다.
아울러 현행 750원인 마을버스 요금은 최소 100원에서 최대 150원까지 올릴 계획이다. 역시 인상률이 13.3~20.0%에 이른다.
시는 지난해부터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추진해 왔지만 부정적인 여론을 고려해 시기를 늦춰왔다.
그러나 지난해에만 지하철 적자가 4200억원, 시내버스 적자는 2500억원에 이르는 등 재정난에 시달려 더는 인상 시기를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행 대중교통 요금은 지난 2012년 2월 인상된 뒤 3년 넘게 유지되고 있다.
문제는 대중교통 요금 인상률이 물가상승률을 크게 웃돈다는 데 있다. 서울시가 가장 최근 대중교통 요금을 높인 2012년 이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2012년 2.2%, 2013년 1.3%, 2014년 1.3% 등이다. 특히 최근 월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넉달 연속 0%대에 머무르는 상황이다.
여기에 소득도 사실상 그대로라 서민 가계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4년 국민계정'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08년 이후 가계 실질소득은 연평균 2.9% 느는데 그쳤다.
대중교통정책의 근본적인 변화와 서비스의 개선 없이 적자를 서민들에게 떠넘긴다는 목소리도 높다. 지하철 9호선은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구급차와 소방인력을 배치할 만큼, 혼잡도가 심각한 실정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조차 참여연대 대표로 있던 당시에는 시의 버스요금 인상에 인하를 촉구한 바 있다. 또 시장 후보 시절에는 대중교통 업계의 부채규모를 줄이기 위한 자구 노력을 먼저 보여준 뒤 인상하는 게 좋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도시개혁혁신센터 부장은 "대중교통 업계의 적자가 심각하다는 것은 시민들도 아는 사실"이라며 "다만 무임승차, 노인 교통비 무료 등 구조적인 문제점은 개선하지 않은 채 3년여 간 요금 인상이 없었으니 이번에는 올려야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은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