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현대건설의 시가총액이 현대엔지니어링에 따라잡혔다. 지난해 11월에 이은 두 번째 역전이다.
당시 현대엔지니어링의 수주 소식이 역전의 원동력이었다면 이번에는 상장 소문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정의선 부회장 경영권 승계 이슈와 맞물리며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차그룹의 주력 건설사 자리를 꿰찰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12일 장외거래사이트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의 주가는 전일 대비 2.02% 오른 101만원에 마감하며 시가총액 7조6713만원을 기록했다.
반면 현대건설은 전일보다 1.14% 빠진 5만2200원에 장을 마쳤다. 시가총액은 5조8128억원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4일 현대건설의 시총을 추월한 뒤 그 격차를 계속 키우고 있다.
4일 현대엔지니어링은 곧 상장될 것이라는 소문과 함께 전 거래일(4월 30일) 76만원에서 19만원 오른 95만원에 거래됐다. 시총도 7조2156만원으로 수직상승했다. 그리고 이 날 5만2000원에 마감해 시총 5조7904억원을 기록한 현대건설을 앞지르는 데 성공했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모기업과 자기업의 관계다. 이에 현대엔지니어링의 실적 개선은 현대건설에게도 호재이기 마련이다. 현대건설의 영업이익이 이미 작년 3분기부터 현대엔지니어링에 따라 잡혔음에도 웃을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실적이 아닌 시총이 역전당한 것에 대해서는 그룹 내 영향력이 걸린 민감한 문제라는 분석이다. 미래 가치를 반영하는 주식시장의 특징을 감안할 때, 모기업인 현대건설보다 자기업인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가치를 더 크게 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최근 현대건설의 공매도 비중도 10%를 넘나들고 있다. 공매도는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내 초단기 매매차익을 거두는 기법이다. 기본적으로 주가가 내릴 것 같은 종목에 집중된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가 합병한 4월 1일 이전만 하더라도 현대건설의 공매도 비중은 1~3% 내외가 대부분이었지만 이후 5~6%로 뛰었다. 공매도가 가능한 기관투자가와 외국인투자가가 현대건설의 가치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이미 시작된 상황에서 자금줄 역할을 할 현대엔지니어링의 가치는 치솟을 수밖에 없다"며 "하반기 기업공개(IPO)가 유력한 만큼, 그룹 내 주력건설사가 바뀌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