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해외수주액 68억불…전년 대비 4분의 1수준 불과
건설사별 메르스 감염 예방책 마련 고심
우리나라 해외건설 수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중동이 유가 하락과 정세불안으로 맥을 못추고 있다. 여기에 최근 중동호흡기증후군인 메르스(MERS)의 확산까지 겹치면서 국내 건설사의 해외수주에 빨간불이 켜졌다.
1일 해외건설협회 자료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내 건설사의 중동 수주액은 68억2328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8%에 불과하다. 이 기간 공사 건수도 53개에서 24개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전체 해외 수주액 중 중동이 차지하던 비율도 지난해 78%에서 올해는 29%로 급감했다.
중동의 수주 급감 원인으로는 정세불안과 저유가로 인한 대형 프로젝트의 중단이 큰 영향을 미쳤다.
140억 달러 규모의 쿠웨이트 신규 정유공장 프로젝트도 발주 일정이 무기한 연기됐다. 이 정유공장 수주의 4번 패키지는 국내 건설기업 컨소시엄들이 수주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제2중동붐'의 신호탄으로 주목받았다.
이 패키지에는 현대건설·대우건설·대림산업·SK건설·한화건설 등 국내 굴지의 건설기업이 참여했다.
이 밖에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는 라스 타누라 대형 프로젝트(20억 달러 규모)의 재입찰을 잠정 중단했다. 카타르 석유공사도 65억 달러 규모의 알카라나 석유화학 프로젝트를 중단했고, 60억 달러 규모의 교량·터널 사업인 도하 샤크 크로싱 프로젝트도 1년 뒤로 늦춰졌다.
'이슬람국가(IS)'로 인한 중동정세 불안도 국내 건설사에게는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달에는 IS가 이라크 최대 규모인 바이지 정유시설을 공격해 국내 건설사의 안전이 위협받았다. 이라크 바그다드 인근에서는 한화건설이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바그다드 남쪽으로 120㎞가량 떨어진 곳에서는 GS건설ㆍ현대엔지니어링ㆍ현대건설ㆍSK건설 컨소시엄이 카르발라 정유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여기에 메르스라는 질환도 복병으로 등장했다.
메르스는 현재까지 명확한 감염경로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모든 환자들이 직간접적으로 중동지역(특히 사우디아라비아)과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지역에서 체류했거나 낙타시장 또는 농장 방문, 낙타 체험프로그램 참여 등 낙타와의 접촉 사례가 보고됐다. 현재 국내에서 확인된 메르스 감염자는 18명이며, 자가·시설 격리 중인 대상자도 682명에 달한다.
중동 현지에서 공사를 진행 중인 건설업체도 대책 마련에 고심을 하고 있다.
이에 현대건설은 지난달 29일 중동 건설 현장과 지사를 비롯해 모든 임직원에 대해 메르스 예방수칙과 대응지침을 전달했다. 의심환자 발생시에는 즉시 회사에 보고토록 했다. 중동출장 복귀 후에는 5일 이내에는 체온측정과 문진 등 검사를 받도록 했다.
삼성물산은 중공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를 대상으로 체온측정을 하고 있다. GS건설과 대림산업도 사내 인트라넷을 활용해 메르스 증후군의 대응지침을 공지했다.
해외건설협회는 오는 8일 중동으로 출장을 나가는 임직원을 대상으로 예방 교육을 진행키로 했다. 당초 열릴 예정이던 '중동 지역 전망' 세미나에서도 메르스에 대한 교육 시간이 포함됐다. 해건협이 운영하는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의 가입자 2만8000명에게 메르스 관련 메일을 송부하고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해외수주의 핵심 축이던 중동의 정세가 악화되면서 전체 수주액도 감소하고 있다"면서도 "현지 공사 중인 곳은 메르스 감염에 대한 안전 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몇 년간 남미와 오세아니아 등 해외수주 포트폴리오를 다양화를 추진해온 만큼 국내 건설사의 수주액 감소는 일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