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장병호 기자] 1993년 개봉한 '쥬라기 공원'은 매력적인 오락영화였다. 유전 공학으로 공룡을 되살려낸다는 기발한 설정에는 재난·공포·스릴러·어드벤처·가족영화 등 다양한 장르의 재미가 녹아 있었다. 그러나 영화는 시리즈로 이어지면서 신선함을 자연스럽게 잃었다. 2001년 발표된 3편이 그 끝이었다.
11일 개봉한 영화 '쥬라기 월드'는 '쥬라기 공원' 시리즈의 부활을 알리는 작품이다. 시리즈로는 14년 만에 만들어진 속편이다. 1993년 1편 이후 22년 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1편과 2편의 연출을 맡았던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 총괄로 자리를 옮겼다. 그를 대신해 '안전은 보장할 수 없음'으로 선댄스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콜린 트레보로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의 배경은 우여곡절 끝에 테마파크로 개장한 쥬라기 월드다. 전작들이 테마파크 개장 직전에 펼쳐진 위기를 그린 것과는 사뭇 다른 설정이다. 주인공도 새롭게 바꾸었다. 공룡 유전자 조작 연구를 담당하는 클레어(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와 공룡 조련사 오웬(크리스 프랫), 그리고 클레어의 조카인 그레이(타이 심킨스)와 자크(닉 로빈스)가 이야기를 이끈다.
긴 시간 끝에 만들어진 속편이기에 전작을 능가할 볼거리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쥬라기 월드'가 내세우는 볼거리는 바로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진 가상의 공룡 인도미누스 렉스다. 티라노사우르스 렉스의 유전자를 바탕으로 한 12m 크기의 거대한 공룡은 지적 능력으로 평화롭던 테마파크를 순식간에 공포의 무대로 바꿔버린다. 위기에 처한 그레이와 자크, 그리고 이들을 구하려는 클레어와 오웬의 모험이 긴박하게 펼쳐진다.
과학 기술에 대한 맹신, 그리고 자본에 대한 탐욕이 빚어내는 비극과 같은 전작들의 주제는 '쥬라기 월드'에서도 반복된다. 특히 가벼운 재미에만 집중하는 21세기에 대한 비판의 시선이 눈에 띈다. 보다 큰 자극을 추구하기 위해 만든 인도미누스 렉스가 공원을 폐허로 만들어가는 모습이 그렇다. 원작 팬이라면 영화 후반부에 펼쳐지는 공룡들의 액션 신에서 눈을 떼기 힘들 것이다. 단순한 액션을 넘어 원작에 대한 존경을 담은 장면이기 때문이다.
'쥬라기 공원'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가족이라는 테마다. '쥬라기 월드'의 귀결점도 결국은 가족이다. 다만 영화는 클리셰를 있는 그대로 따라가지 않는다. 관습을 비틀며 뜻밖의 웃음을 선사할 줄 안다. 욕심 부리지 않고 이뤄낸 시리즈의 부활이다. 12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