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이 분식회계 혐의를 받고 있는 대우건설에게 중징계 방침을 통보했다. 하지만 고의성을 입증해야 하고 업계 특수성 등 감안해야 할 쟁점이 상당하다. 서울 종로구 신문로 대우건설 본사. /뉴시스
금감원, 회사와 외부감사인에 중징계 방침 통보...다음달 7일 심의 예정
고의성 입증, 업계 특성상 사업 초기부터 충당금 쌓지 않는 부분 고려해야
금융감독원이 대우건설의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 중징계 방침을 확정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분식회계의 경우 고의성이 입증돼야 하고, 그간 건설업계의 관행인 만큼 쉽사리 징계를 확정할 수도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2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분식회계 혐의를 받고 있는 대우건설에 대해 다음달 7일 감리위원회를 열고 회계처리 위반에 관한 제재안건을 심의할 예정이다.
감리위는 증권선물위원회의 사전심의기구로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인인 공인회계사들이 작성한 감사보고서를 감리하는 역할을 한다.
금감원은 대우건설과 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에게 관련 사안의 소명을 위해 이번 감리위에 참석할 것을 통보했다.
최근 금감원 대우건설에 대해 중징계 방침을 해당 업체에 통지한 데 따른 것이다. 중징계가 확정되면 대표이사 해임권고 및 검찰 고발, 최대 20억원 과징금, 3년간 감사인 지정 등의 법적 조치가 이뤄진다.
다만 금감원의 중징계 방침에도 논란의 여지는 있다.
앞서 금감원은 제보를 통해 지난 2013년 12월 대우건설의 분식회계 혐의로 회계감리 절차에 착수했다. 당시 금감원은 대우건설이 과소계상한 대손충담금(장부상 미반영 손실금) 규모를 1조5000억원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중징계를 예고한 지난 19일 금감원은 대우건설이 대손충당금을 4000억원 규모라고 발표했다. 이는 당초에 발표한 미반영 손실금의 4분의 1수준에 불과한 것.
금융당국 관계자는 손실금 축소에 대해 "최근까지 2012년 회계에 포함된 사업장 70여곳의 전수조사 결과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 입장에서는 분식회계의 고의성도 입증해야하는 상황이다.
분식회계란 기업이 고의로 자산이나 이익 등을 크게 부풀리고 부채를 적게 계산해 재무 상태와 경영 성과를 조작하는 것을 말한다.
즉, 2012년 회계상 대우건설이 고의로 손실금을 미반영했다는 증거가 필요한 것.
하지만 건설업 특성상 초기 기획 단계에서 나온 손실 추정치 미반영을 과소계상하지 않는점을 감안하면 고의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설업 관계자는 "분양가가 결정되지 않은 초기 기획 단계의 경우 업계 관례상 충담금을 과도하게 잡을 수는 없다"며 "대체로 건설사는 공정률이 70% 되는 시점에 손익을 추정하고 원가를 재조정한다"고 설명했다.
대우건설도 금융당국의 조치에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제보자가 2013년 당시 최악의 상황을 가상한 내부 문건을 금감원에 제보하면서 시작됐다"면서도 "말그대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본 문서일 뿐 고의성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시 문건에 있었던 김포 풍무 푸르지오의 경우 지난 2013년 초 완판됐지만 이 사업도 상당부분 충당금을 마련했었다"며 "사업 초기부터 대규모 충당금을 막대하게 쌓게 되면 건설업상 영업을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