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왼쪽)와 정의화 국회의장
[메트로신문 윤정원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오히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키워준 꼴이 됐다.
30일 세간에서는 유 원내대표에게 '국민원내대표'라는 별칭을 붙이기 시작했다. 정치인에게 가장 중요한 지명도가 급상승했다. 거부권 정국의 최대수혜자는 유승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유 원내대표를 차기로 띄우려는 박 대통령의 고도의 전략이라는 소문이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정의화 국회의장도 수혜자 중 한 명이다. 정 의장에게 '正義化'라는 별칭을 붙이는 사람도 있다.
최근 유 원내대표의 지명도는 급상승했다. 지지율 반등은 물론이거니와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의 대열에 합류하기도 했다. 한때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통했던 유 원내대표지만 청와대 정책 기조에 반박하는 등 대통령의 권위에 도전하면서 미운털이 박혀왔다는 게 찍어내기에 대한 대체적인 시각이다.
30일 유 원내대표는 원내활동 정상지휘에 나섰지만 청와대와의 힘겨루기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현재 그의 사퇴를 반대하며 비박계(비박근혜) 의원들이 발 벗고 지원에 나섰고 유 원내대표에 대한 호의적인 여론이 고조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여왕님(박 대통령)은 쪽팔리게 됐고 무대(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별칭)는 대장 칭호를 떼게 됐으며 유승민이 보수의 대안이 됐다"고 말하는 정치권 인사도 있다.
이와 함께 유 원내대표의 부친인 유수호 전 의원도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유 전 의원은 박정희 정권 시절인 73년 3월 판사 재임용에서 탈락했다. 71년 사법파동의 영향이 컸다는 말들이 많았다. 세간에서는 박 대통령 부녀와 유 원내대표 부자의 악연이 회자되고 있다.
정 의장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도 일고 있다. 정 의장은 새누리당 출신임에도 직권상정을 최대한 자제하는 등 야당을 배려하며 여야를 잘 아우르고 있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30일 정 의장이 당초 1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를 닷새 미룬 6일로 소집하며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국회법 개정안을 상정해 우선 처리하겠다"고 밝히자 그에 대한 평가는 더욱 긍정적으로 기우는 추세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국회법 개정안 재의 소식을 접하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민주주의는 각인이 자신의 헌법 법률상 직무를 그대로 수행할 때 한 걸음씩 나간다"며 "정권의 부나비들이 불 앞에 춤출 때 헌법대로 직무 수행하겠다는 국회의장, 당연한데 정의롭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