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윤정원기자] "유승민은 최후의 보루는 지키려고 했다. (하지만 결국) 유승민도 세월호법 때문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8일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사퇴 직후 익명을 요구한 세월호 유가족은 메트로신문에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국회법 개정안은 유 원내대표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국회가 자신들의 생각을 모았던 것인데 그것마저도 침몰했다"며 "여당 국회의원들은 마치 세월호 선장처럼 유 원내대표 하나만을 수장시키고 모두 탈출했다"고 말했다.
국회법 개정안은 모법인 세월호법을 침해하는 세월호법시행령이 발단이 됐다. 야당에서 공무원연금 개혁법안에 양보하는 대가로 급조해 통과를 요구한 법안이다. 유 원내대표는 박근혜 정부 제1과제인 연금개혁을 위해 이를 받아들였지만 결국 여기에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지난 2월 2일 선출됐으니 6개월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셈이다.
이날 유 원내대표는 사퇴 기자회견에서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 등 자신의 꿈이자 국민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 데 진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가 지키지 못한 약속에는 세월호와 관련된 약속도 있었다.
유 원내대표는 지난 2월 17일 취임 후 첫 외부행보로 세월호 참사 희생자 분향소를 찾았다. 그 자리에서 유 원내대표는 단원고 실종자인 딸을 찾아달라는 고 허다윤 양의 어머니에게 "잘 알겠다"고 약속하며 눈물을 훔쳤다.
이때 유 원내대표는 정부가 결론을 미루던 세월호 인양 문제를 최대한 빨리 매듭짓겠다고 했다. 그의 약속은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이뤄졌다.
유 원내대표는 세월호조사위 문제에 대해서도 "최대한 빨리 진도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특히 유가족들이 조사를 방해하고 있다고 원망을 쏟아낸 여당 추천 조사위원들에 대해 "정확히 조사를 해보고 조치할 게 있으면 하겠다"고 약속했다. 유 원내대표는 이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채 물러나게 됐다.
익명을 요구한 세월호 활동가는 이날 "현재 세월호조사위 구성마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여당 조사위원 중에는 유가족들 욕하는 일베 게시물을 퍼날랐던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또 "세월호 참사의 죄인들이 지금은 다 준공무원으로 발령난 걸 보면 짜고치는 고스톱이라는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로 징역형 등을 선고받은 해운조합 운항관리자 중 선박안전공단에 최소 30명이 특별채용된 일을 두고 한 말이다. 선박안전공단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선주단체인 해운조합이 맡았던 운항관리 업무를 물려받았다.
세월호법시행령은 조사위원회 의사와 관계없이 각 부처 공무원을 조사위원회에 강제로 파견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진상규명에 있어 핵심적인 조사1과장에 검찰수사서기관을 임명하도록 못박았다. 국회법 개정안이 가장 먼저 적용될 부분이었다.
유 원내대표의 사퇴에 실망감을 드러냈던 유가족은 "세월호 안에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가 있다. 세월호 참사로 우리 사회의 문제가 적나라하게 모두 드러났다"고 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라는 희생을 치르고 드러난 문제가 바로잡힐 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유 원내대표의 사퇴와 함께 이미 희미해진 세월호법은 아예 침몰해 그 모습을 감추게 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유가족은 "국회가 침몰하는 상황을 바라만 볼 게 아니라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온 국민이 여기서 고민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했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박근혜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발언에 대한 선거법 위반 여부를 오는 13일 전체회의를 열어 논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