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이홍원 기자] 장애인들을 위해 고속·시외버스 업체가 휠체어 승강설비를 설치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이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 요구를 처음으로 받아들인 첫 판결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6부(지영난 부장판사)는 10일 뇌병변장애로 휠체어를 타는 김모씨 등 5명이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 지자체, 버스회사 두 곳을 상대로 낸 차별구제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버스 회사들이 휠체어 승강 설비를 설치하는 것이 부담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김씨 등이 휠체어를 타고 이용할 수 있도록 금호고속과 명성운수는 시외버스 등에 휠체어 승강 설비를 설치하라"고 판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국가, 국토교통부, 서울시, 경기도에 대해서는 편의제공의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영유아를 동반하는 자'인 조모씨와 고령자인 또 다른 조모씨가 국가와 서울시, 경기도, 금호고속 등을 상대로 낸 민사 손해배상 청구도 기각했다.
현재 전국 고속·시외버스 9500여대 중 휠체어가 편리하게 오르내릴 수 있는 저상버스는 한 대도 없고 휠체어 승강 설비도 마련돼 있지 않는 실정이다.
이에 장애인 단체들은 "고속·시외버스 이용에 불합리한 차별을 받고 있다"며 지난해 3월 휠체어 이용 장애인 등을 원고로 저상버스 및 휠체어 승강설비 도입과 그간의 피해를 보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이날 장애인 단체들은 선고 후 서울 서초동 법원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의 승강설비 설치 지시는 환영한다"며 "그러나 여전히 장애인들의 이동권을 보장하기에는 부족한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이태곤 소장은 "법원은 민간사업자 두 곳에만 미약하게 차별을 시정하라고 했다"며 "국가가 책임을 다할 때까지 끝까지 소송으로 대응하겠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앞서 2008년 시각장애인 4명은 청계천과 주변 시설에 자유롭게 접근하기 어렵다며 서울시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기각됐다. 또 2013년 장애인 5명이 저상버스 도입을 주장하며 국가와 법정다툼을 벌였지만 결국 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