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장병호 기자] 배우는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때 그 진가가 나타난다. 그런 점에서 류현경(32)은 감독이라면 누구나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배우다. 류현경의 연기에는 한계가 없다.영화와 드라마는 물론 상업성과 작품성을 고루 갖춘 작품들로 채워진 필모그래피가 이를 잘 보여준다.
최근 스크린에서 류현경의 활약은 더욱 빛난다. 그 시작은 지난 6월에 개봉한 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이었다. 돈과 권력에 사로잡힌 세상에 맞서 악당이 되기를 자처하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였다. 류현경은 통쾌한 복수의 시작을 알리는 정숙 역을 맡았다. 현실과는 동 떨어진 캐릭터였지만 유쾌한 모습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지난 15일 개봉한 '쓰리 썸머 나잇'에서는 현실적인 캐릭터로 변신했다. 자신의 차를 타고 훌쩍 여행을 떠나버린 남자친구 명석(김동욱)을 쫓아 부산에 내려온 변호사 지영 역을 통해서다. 정통 코미디 장르, 그리고 변호사라는 새로운 직업에 끌렸다. 무엇보다도 캐릭터가 매력적이었다.
"시나리오 속 지영은 변화무쌍한 캐릭터였어요. 똑 부러지는 성격을 지닌 '엄친딸'인데요. 부산에 내려가서 갖은 고생을 하는 모습이 재미있더라고요. 캐릭터가 변하는 거잖아요.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번 영화에서 류현경은 변호사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많은 신경을 썼다. "전작인 '제보자'를 촬영할 때 변호사나 검사 같은 역할을 하면 어울릴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그런데 '쓰리 썸머 나잇'으로 변호사 역을 받은 거죠. 준비를 많이 했어요. 동욱이랑 같이 법 조항을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완성된 영화에서는 편집이 됐어요. 조금 아쉬웠어요(웃음)."
변호사 말고도 류현경의 또 다른 모습이 '쓰리 썸머 나잇' 속에 있다. 바로 욕 연기다. "사실 제가 낸 아이디어였어요. 처음 시나리오에는 욕이 'XXX'라는 식으로만 쓰여 있었거든요. 그런데 아무래도 욕을 더 해야 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친구에게 욕에 대한 지도를 받았죠(웃음)." 일탈을 꿈꾸며 부산에 내려왔지만 고생만 하는 남자들을 향해 지영은 솔직한 마음을 내뱉는다. 남자들의 어리석음을 코믹하게 꼬집는 통쾌함이 그 속에 녹아 있다.
많은 여배우들이 여성 캐릭터 중심의 시나리오를 찾기 힘들다고 털어놓는다. 그래서 류현경은 시나리오를 볼 때마다 여자 캐릭터를 어떻게 하면 더 잘 보여줄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비중과 상관없이 어떻게든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려고 노력해요. 잠깐 나오는 역할이라도 소모되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로 표현하는 거죠." 때로는 열심히 준비한 캐릭터가 편집 과정 속에서 입체감을 잃기도 한다. 그러나 류현경은 "작업하는 동안 최선을 다했고 감독님들로부터도 만족스러운 반응을 얻었기에 아쉬움은 없다"며 "그것만으로도 행복하고 뿌듯하다"고 했다.
류현경의 변신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8월 개봉 예정인 '오피스'에서는 엄한 상사의 모습으로 직장인의 공감대를 자극할 예정이다. 하반기 개봉을 앞둔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에서는 연예부 기자로 관객 앞에 설 계획이다.
"20대 때는 현장에 가면 '뚝딱' 하고 연기를 할 수 있는 촉이 있었어요. 30대인 지금도 그런 부분은 변함없어요. 다만 조금 더 노력을 하면서 연기하려고 해요. '기황후'에 출연한 뒤부터 시나리오를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 캐릭터를 조금이라도 더 연구하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최선의 노력을 한다면 어떤 작품이든 후회는 없어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