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최치선 기자] 척추질환자 중 관절 질환을 동시에 앓고 있는 환자가 7~8명 중 1명이라는 통계가 발표돼 주목을 끌고 있다. 보건복지부 인증 척추 관절 바른세상병원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허리디스크 진단을 받은 4496명을 분석한 결과 고관절 부위의 퇴행성관절염도 함께 앓는 사람이 585명(13%)으로 나타났다고 5일 밝혔다. 또한 중복질환을 앓고 있는 585명의 연령대를 분석한 결과, 20대 88명(15%), 30대 135명(23%), 40대 113명(19%), 50대 123명(21%), 등으로 나타나 척추·관절 중복질환은 전 연령대에 고루 분포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바른세상병원의 서동원 원장(재활의학과, 정형외과 전문의) 은 "척추 환자 7~8명 중 1명에게 나타날 정도로 흔한 척추·관절 중복질환을 정확하게 감별진단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 이라며 "중복질환의 경우 한 쪽의 질환이 치료되더라도 다른 한 쪽의 질환이 치료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정확한 진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병원에서 허리디스크로 진단돼 수술까지 받은 최모(78)씨. 수술 뒤에도 다리가 저리고 허리가 아픈 증상이 지속됐다. 수술한 병원에서는 왜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지 똑부러지는 대답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 바른세상병원에서 X선과 MRI 등의 검사를 통해 수술 후에도 지속되는 통증의 원인이 고관절의 퇴행성관절염으로 밝혀졌다.
통상적으로 허리디스크와 고관절 질환은 수시로 허리가 아프고, 통증이 골반과 엉덩이까지 확대되기도 하는 등 증상이 비슷하다. 어떤 때는 통증이 다리로 퍼지는 것 같고 서 있어도 다리가 저리고 힘이 빠지는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그러나 허리디스크나 고관절 질환이 있어도 X선 검사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면 진단이 난관에 부딪힌다. 단순 X선 검사나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만으로는 허리디스크인지, 고관절 질환인지 정확한 판단이 어렵기 때문이다.
문제는 두 가지 질환을 함께 앓고 있는 상황에서 한 쪽의 증상만을 치료하게 되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이다. 예를 들어 허리디스크와 고관절 증상을 동시에 앓고 있는 환자에게 허리디스크 치료만을 적용하고 고관절 치료를 진행하지 않았을 경우, 통증은 물론, 고관절이 썩어가는 대퇴골두무혈성괴사 등의 병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
특히 척추와 관절질환의 경우 비슷한 증상을 나타내는 질환이 많다. 환자가 중복질환을 앓고 있는데 한 가지 증상만을 치료한다던가, 비슷한 증상을 나타내는 다른 질환으로 오판 할 경우 이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가 적지 않다.
앞서 언급한 허리디스크와 고관절 질환의 경우에도 허리디스크를 주로 진료하는 의사는 허리디스크일 가능성에, 고관절을 주로 진료하는 의사는 고관절 질환에 집중하기 때문에 자칫하면 중복질환을 놓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중복 질환과 유사질환 감별진단은 전문의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자신의 증상이 중복 질환으로 의심되는 환자들은 몇 가지 수칙을 따라야 한다.
첫째, 섣부른 자가진단은 금물이다.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저리다고 무조건 디스크라는 생각을 하거나, 손이 저리다고 무조건 목디스크라고 판단하기 보다는 고관절 질환이나 수근관증후군 등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다른 질환도 의심해야 한다.
둘째, 치료 후에도 통증, 저림 등이 지속된다면 경험 많은 전문의를 찾아가는 것이다. 척추관절을 주로 진료하는 과목은 신경외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등인데 전문의들도 자신들이 배운 방식대로 진단, 치료하기 때문에 다른 과목 의사와 연관된 중복 질환은 사각지대에 놓일 때도 있다. 한 가지 방법으로 치료했을 때 증상이 개선되지 않으면 다른 원인일 가능성에 주목할 수 있으려면 의사들도 경험이 많아야 한다.
셋째, 중복 질환으로 의심될 때는 세부 전문의들이 많이 근무하는 전문병원을 찾는 것이 감별진단에 유리하다. 예를 들어 척추나 관절질환의 환자 한 명을 치료함에 있어 척추센터 소장, 관절센터 소장, 신경외과 전문의, 정형외과 전문의, 재활의학과 전문의, 영상의학과 전문의,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등이 협진을 통해 의견을 교환하고 확진을 내리는 병원을 찾는다면 환자의 입장에서 질환의 원인 진단, 치료법 선택에 훨씬 도움이 된다. 특히 중재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재활의학과 전문의의 진료 및 검사(근전도)를 바탕으로 척추와 관절 두 분야 전문의들이 상호 긴밀한 협진체계를 구축한 의료기관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도움말 : 바른세상병원 서동원 원장(재활의학과, 정형외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