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올림픽 남자 골프 막강 '원투펀치' 구축
[메트로신문 하희철기자] 아일랜드가 내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골프에 막강한 '원투펀치'를 구성하게 됐다.
리우 올림픽에서는 112년 만에 골프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아일랜드는 브리티시오픈 3차례 우승자인 패드릭 해링턴 이후 이렇다 할 뛰어난 선수가 없었으나 지난해 6월 세계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26)이 아일랜드 대표를 선택하면서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떠올랐다.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에서 태어나 자란 매킬로이는 국적은 영국이지만 주니어 시절부터 늘 아일랜드 대표로 뛰었기 때문에 올림픽 역시 아일랜드 대표로 나서겠다고 공식 기자회견에서 못을 박았다.
가톨릭 국가인 아일랜드가 영국에서 독립할 때 영국 국교(성공회)를 비롯한 개신교 신자들이 대다수인 북아일랜드 지역은 영국 영토로 남았다. 그러나 골프, 럭비, 크리켓, 하키 등 상당수 스포츠 종목은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를 가리지 않고 아일랜드 단일 협회 아래에서 활동하고 있어 북아일랜드 운동선수들이 느끼는 정체성은 대개 '아일랜드 선수'였다. 개신교 지역인 북아일랜드에서 가톨릭 신자로 태어나 자란 매킬로이 역시 2012년부터 "영국인이 아닌 아일랜드인이라고 느낄 때가 많다"고 말해 '국적 논란'을 일으키기도 할 만큼 자신의 정체성을 '아일랜드 선수'라고 확립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선수를 얻었지만 매킬로이만으로는 금메달 사냥이 불안할 수 밖에 없다. 컨디션이 떨어지거나 부상이라도 당하는 날에는 '빚 좋은 개살구'로 끝날 수 있다. 실제로 매킬로이는 지난달 초 친구들과 축구를 하다가 왼쪽 발목을 다쳐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오픈에 이어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까지 포기하고 한 달 가량을 쉬어야 했다.
이런 고민은 28살 '영건' 세인 로리(아일랜드)가 혜성처럼 등장하면서 사라졌다.
로리는 세계랭킹 50위 이내 선수만 출전하는 특급 대회 월드골프챔피언십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세계랭킹을 19위까지 끌어 올렸다.
지난해 여름 세계랭킹 142위였던 로리는 올해 들어 PGA 투어 파머스인슈런스오픈, 유럽투어 BMW PGA챔피언십, US오픈 등 큰 대회에서 10위 이내에 입상하면서 기량을 꽃피우고 있다.
게다가 로리는 올림픽 출전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조국을 대표해 올림픽에 꼭 출전하고 싶다"면서 "이번 우승으로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루게 된다면 더없이 기쁘겠다"고 말한 바 있다.
26살의 매킬로이와 28세의 로리가 올림픽 대표로 출전한다면 아일랜드는 주요 국가 대표팀 가운데 가장 젊고 파워 넘치는 '원투펀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