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장병호 기자] 작품이 거듭될수록 성장하는 배우를 보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즐겁다. 한효주(28)가 그렇다. 단아하고 예쁜 이미지로만 각인됐던 그녀는 어느 순간 틀에 얽매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연기를 마음껏 펼치고 있다.
오는 20일 개봉하는 영화 '뷰티 인사이드'(감독 백)는 독특한 소재와 설정의 판타지 멜로다. 매일 자고 일어나면 모습이 바뀌는 남자 우진과 그런 우진이 사랑한 여자 이수의 이야기를 그린다. 김대명·이범수·박서준·김상호·천우희·우에노 주리·이진욱·서강준·김희원·이동욱·고아성·김주혁·유연석 등 21인 배우가 우진 역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그리고 한효주가 이들과 사랑에 빠지는 여자 이수로 호흡을 맞췄다.
영화화하기 쉽지 않은 이야기, 그리고 CF 출신 감독의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출연 결정이 고민됐을 법도 하다. 그러나 한효주는 "시나리오의 신선함과 소재의 독창성에서 배우로서의 욕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21명의 배우와 호흡을 맞춘다는 사실도 부담이나 걱정보다 재미로 다가왔다. 보통 하루에 끝날 대본 리딩을 1주일 동안 하는 동안 "쉽지 않은 작업이 될 것"이라는 예감도 있었다. 하지만 현장에서의 작업은 실제 영화 속 이수처럼 신기함의 연속이었다.
"전무후무한 영화죠. 이런 촬영장은 처음이자 마지막일 거예요. 하루에 이 많은 사람들과 뽀뽀를 하는 것도 배우로서도 사람으로서도 다시는 없을 거고요(웃음). 그래서 매 회차마다 더 애정이 가고 소중한 촬영이었어요. 독특하고 재미있는 경험이 됐죠."
영화는 21명의 배우가 한 사람이 돼가는 과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롭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더 눈길이 가는 것은 바로 한효주의 연기다. 다양한 배우들 속에서 자연스럽게 영화에 녹아드는 모습이 놀랍다.
설렘과 행복, 아픔과 상처 등 연애할 때 느끼게 되는 다양한 감정을 일상적인 톤으로 표현한 연기도 눈에 띈다. 박서준이 연기하는 우진과의 첫 데이트를 마친 뒤 집으로 돌아와 양치질을 하는 이수가 보여주는 설렘 가득한 표정은 한효주의 편안한 연기가 빛나는 장면 중 하나다.
"그게 사실 어려운 연기에요. 좁은 화장실에 카메라가 같이 들어와 있는데 저 혼자 있는 것처럼 연기를 해야 하니까요(웃음). 그 모습이 자연스럽게 보였다면 그건 제가 연기를 하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일 거예요. '쎄시봉'의 민자영이 새침한 여대생 캐릭터를 만들어 그 안에 들어가 연기했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그냥 제 모습 그대로 이수의 캐릭터에 들어가 연기했거든요. 최대한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운 모습이 영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데뷔 이후 한효주는 작품을 통해 꾸준히 배우고 성장해왔다.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는 카메라 울렁증 때문에 힘들었다. 그러나 영화 '아주 특별한 손님'을 통해 캐릭터를 만들어 연기하는 법을 배웠다. 이어진 드라마 경험을 통해서는 순발력과 집중력으로 연기하는 법을 익혔다.
'광해, 왕이 된 남자' 당시 한효주와의 인터뷰에서 인상에 남았던 것은 연기에 대한 깊은 생각이었다. 그때 한효주는 "A라는 감정을 표현하고 싶은데 B라는 감정이 나와서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감시자들' 때 다시 만난 한효주는 "A는 표현할 수 없어도 A와 비슷한 다른 여러 감정을 만들어 그와 비슷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된 것 같다"며 들뜬 표정을 지었었다.
'뷰티 인사이드'로 돌아온 지금, 한효주는 자연스러운 연기는 자신있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이제는 A라는 감정도 표현할 수 있어요. 그리고 A-1, A-2, A-3처럼 다양한 감정도 선택해서 연기할 수 있고요. 그만큼 여유가 생기고 편안해진 것 같아요." 우진과 이수의 특별하면서도 공감 가는 로맨스가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인다면 그것은 한효주의 자연스러운 성장이 연기 속에 잘 녹아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우로서의 성장과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자연스러운 연기에 자신감이 생긴 지금 한효주가 바라는 것은 극적인 감정 표현이다. 그래서 선택한 영화가 지금 촬영 중인 '해어화'다. "지금까지 맡은 캐릭터 중 가장 어려운 역할이에요. 연기 스타일도 달라야 해서 굉장히 어렵더라고요." 또 한 번의 성장을 보여줄 한효주의 다음 활약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