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최치선 기자] 경찰의 총기 기강에 구멍이 뚫렸다. 25일 오후 5시쯤 서울 구파발 검문소에서 발생한 총기사고로 의경 1명이 사망한 것이다. 서울 은평경찰서 소속 박 모 경위가 경찰 조끼에 휴대한 38구경 권총을 조끼에서 꺼내 장난을 치다 실탄이 발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고로 근처에 있던 박 모 상경이 왼쪽 가슴에 총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사고 당시 경찰관 1명과 의경 4명이 근무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이 사용하는 38구경 권총은 첫칸은 비어 있고, 두 번째 칸이 공포탄, 셋째 칸은 실탄의 순서로 돼 있다.
은평경찰서에 따르면 구파발 검문소 감독관으로 근무하던 박 경위는 간식 시간대인 사건 당시 자신을 빼고 간식을 먹었다는 이유로 검문소 생활관에서 소지하던 권총을 꺼내들었다. 그는 박 상경 등 의경 3명을 향해 쏘는 흉내를 내며 장난을 치다가 권총이 실제로 발사되는 총기사고를 일으켰다.
박 경위는 총기 사고이전에도 검문소 근무시 자주 권총으로 장난을 쳤으며 사고 당시에도 의경들을 상대로 장난삼아 방아쇠를 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권총은 감독관인 경찰만 휴대 가능하고 의경들은 총기를 휴대할 수 없다.
경찰 조사결과 박 경위는 총 6발이 들어가는 38구경 권총 탄창에 12시 방향은 비워두고 두번째 구멍은 공포탄, 3~6번째 구멍은 실탄을 장전하도록 되어 있는 규정을 어기고 12시 방향에 첫번째 실탄이 위치하도록 장전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실수로 총이 발사되지 않도록 방아쇠 울에 잠금장치 역할을 하는 고무가 달려 있는데 박 경위는 이마저도 제거한 채 의경들에게 총을 겨눈 후 방아쇠를 당겨 총기사고를 일으켰다.
하지만 사건을 조사중인 은평경찰서 형사과 관계자는 "박 경위가 당연히 노리쇠가 빈칸에 맞춰져 있는 줄 알고 장난으로 방아쇠를 당겼는데 실탄이 발사됐다"고 말했다.
만약 박 경위가 고의로 방아쇠를 당긴 것이라면 큰 논란이 예상된다. 경찰은 총기 안전장치가 제대로 됐는지 등 안전관리 제대로 됐는지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이번 총기사고의 여러가지 정황상 박 경위가 고의로 격발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면서 박 경위에 대해 추가 조사를 벌인 뒤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한편 지난해 3월 6일에는 정부서울청사 경비대 소속 김 모 일경의 K-2소총에서 실탄 1발이 발사됐다. 평소 의경이 소총을 휴대하진 않지만, 한미연합훈련기간 지급받았던 소총에 실탄이 장전돼 있었다. 당시 총구가 하늘을 향해 있어 다친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많은 시민이 지나는 곳인 데다 주변에 사무실도 많아 자칫 인명피해의 우려가 있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런데도 책임자인 김 모 경감은 사고 상황을 상부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경찰은 소총에 장전됐던 실탄의 출처도 파악하지 못하는 등 총기 관리에 구멍이 뚫린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뒤늦게 징계위원회를 열고 관련자들에게 견책과 경고처분을 내렸다. 현직 경찰관의 음주사고 에 이어 총기사고까지 잇따르면서 경찰의 기강이 해이해진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