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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기강해이냐 총기관리 부실이냐
경찰측 "장난치다가 일어난 일" vs 학계 "총기관리 부실이 원인"
25일 오후 5시 서울 은평구 진관동에 위치한 구파발 군경합동검문소에서 총기 오발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사고로 내년 1월 전역을 앞둔 의경이 왼쪽가슴에 총을 맞아 숨졌다.
서울 은평경찰서 형사과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구파발 검문소에 근무하는 박모(54)경위가 근무교대를 하고 자신이 담당하던 내무반에 들러 간식을 먹고 있는 내무반원들에게 '왜 나를 빼고 먹느냐'며 박모(21)상경에게 자신이 소지하고 있던 38구경 리볼버 권총을 꺼내 겨누던 중 실탄이 발사됐다.
그 당시 내무반에는 4명의 의경이 휴식을 취하면서 간식을 먹고 있었고 박 경위가 총을 들자 다들 관물대 뒤로 숨거나 손을 들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장비관리규칙' 123조(무기·탄약 취급상의 안전관리)를 보면 '경찰관이 권총을 휴대할 때 반드시 총구는 공중 또는 지면 등 안전지역을 향하고 안전장치를 장착해야 하며 1탄은 공포탄을 장전하도록 하고 있다.
박 경위가 사용한 권총은 38구경 리볼버 권총으로 탄창이 12시 방향에서 시계방향으로 돌아가게 되어있다. 첫 번째 구멍은 공탄(탄이 없는 상태), 두 번째 구멍은 공포탄, 세 번째 구멍부터 실탄이 장전되는 구조다.
박 경위가 장난으로 내무반원들을 위협하려고 권총을 꺼내 든 과정에서 공포탄이 아닌 실탄이 발사된 것이다.
경찰은 "박 경위가 근무교대 과정에서 탄환을 정확하게 확인하고 근무를 시작했고 사망한 박 상경과는 연애상담도 할 정도로 각별한 사이였다"고 전했다.
이어 "박 경위는 자주 총기를 가지고 내무반원들에게 장난을 치며 지냈고 실탄이 발사된 순간 자신도 놀라 하늘을 쳐다보고 멍하니 있었다"고 했다.
한상훈 은평경찰서 형사과장은 "사고가 일어나자 마자 박 경위를 유치장으로 압송했고 죄책감으로 계속 눈물을 흘리고 밥도 먹지 않고 있다"며 "박 경위가 안전장치도 풀고 자신이 발사했다고 인정해 그 당시에 '왜 그랬냐'고 물으니 '자신도 귀신에 홀린 것 같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이에 평소 검문소내 총기관리가 소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범죄심리학)는 "군경합동검문소라는 근무 환경 특성상 박 경위는 늘 권총과 함께 하는 환경이다"며 "일선 경찰서로 오면 경위라는 직책이 낮은 계급이지만 검문소에서는 거의 왕으로 군림했을 가능성이 높아 이번 사고가 일어나게 됐다"고 했다.
이어 "리볼버 권총은 일반 소총과 달리 탄을 일일이 삽탄해야 하는데 다르게 장전했음에도 박 경위가 평소와 같이 장전했다고 착각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검문소에 근무하는 의경들도 평소 총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박 경위의 행동에 수직적 관계에서 오는 암묵적인 적응이 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박 경위가 총기를 겨누는 행동이 친근함의 표시였고 총기가 발사 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을 것"이라며 "검문소내 총기 관리가 전반적으로 소홀한 것이 이번 사고의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은평경찰서는 박 상경의 전사처리(근무중 순직)를 위해 심사위원회를 구성중이고 내무반에 있던 4명의 의경들에게는 심리치료를 시작했다.
박 경위에 대해서는 파면절차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