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김서이 기자] 오랜기간 암투병 중이던 A씨는 죽음이 임박했음을 느끼고 유언장을 남기기로 결심했다. 2015년 7월 10일 A씨는 부인과 장남 앞에서 '보유한 예금 120억원을 자신이 졸업한 대학교에 기부하겠다'는 내용의 유언을 장남에게 그대로 받아서 적게한 후 세상을 떠났다. 사망한 A씨를 포함해 그의 부인과 장남 모두 유언장에 서명했고, A씨가 사망한 뒤 열흘이 지난 7월 20일 장남은 가정법원에 검인을 신청했다. 이 사실을 모르고 있던 둘째 아들은 이로부터 보름이 지난 8월 5일 A씨의 예금을 찾기 위해 은행에 갔지만 거부당해 예금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유언장 작성을 모르고 있던 둘째 아들은 A씨의 예금을 찾을 수 있을까.
우리나라 민법은 혹시 모를 유언의 왜곡과 법적 분쟁 등을 방지하기 위해 유언의 요건과 방식을 상당히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민법 제 1065조는 유언의 방식을 자필 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 증서와 구수증서의 5종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는 '구수증서에 의한 증언'에 해당된다.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은 질병 기타 급박한 사유로 보통의 방식에 의하여 유언할 수 없는 경우에 유언자가 2인 이상의 증인의 참여로 그 중 1인에게 유언의 취지를 구수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그 구수를 받은 사람은 이를 필기·낭독해 유언자와 증인이 그 정확함을 승인한 후 각자가 서명 또는 기명·날인하게 된다. 반드시 2명 이상의 증인 앞에서 구술해야 하며, 유언자와 증인들 모두 유언의 내용이 틀리지 않음을 확인한 후 서명 혹은 기명날인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해당 증인들은 급박한 사유가 종료한 날로부터 7일 이내에 가정법원에 그 검인을 신청해야 한다. 위 사례의 경우 A씨가 사망한지 열흘 후에 유언장 검인이 가정법원에 신청됐으므로 이 요건을 갖추지 못해 해당 유언장은 무효로 처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