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감장 오를 재벌 총수는 누구누구?
[메트로신문 윤정원기자] 국정감사 일정이 나온 가운데 26일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국감 증인으로 채택할 재벌 총수의 명단을 두고 논의가 한창이다. 조만간 발표가 날 예정이다. 최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된 삼성서울병원의 관리 문제, 삼성 합병 논란, 롯데가 상속 다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옥중 갑질 논란 등 대기업이 우리 사회의 복마전으로 떠오르면서 여야는 재벌 총수들의 국감 증인 및 참고인 채택을 줄곧 공언해온 상황이다.
이번 국감을 두고 가장 시선을 끄는 인물은 최근 '형제의 난'을 일으킨 롯데그룹의 총수들이다.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있던 뒤부터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등 관련자들의 국감 증인 및 참고인 채택을 공언해 왔다. 신 회장은 지난 2012년에도 국회 증인에 채택됐다가 불출석으로 인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 때문에 이번 국감에 증인으로 채택될 경우 출석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경영권 분쟁으로 재벌개혁의 목소리를 키운 롯데가의 신 회장은 국감에 소환됐을 경우 416개의 복잡한 롯데그룹 순환출자 고리 회로를 설명해야 한다. 이에 26일 롯데그룹은 지배구조 개선 TF까지 출범하며 국회를 향해 순환출자 고리 정리 의사를 부각하고 있다.
삼성그룹도 자유롭지 않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생명 공익재단 이사장 신분으로 국감장에 설 가능성이 있다. 삼성생명 공익재단 산하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 사태 확산의 몸통으로 지목된 상태다.
올해 3월 70억원 규모의 현금 인출로 비자금 의혹을 불러일으켰던 신세계의 정용진 부회장도 안심하긴 어렵다. 최근 국세청의 2차례 기업 세무조사 결과 수십 개의 차명주식 또한 발견된 상태다. 이에 신세계 측은 비자금에 관해선 법인카드로 결제가 힘든 경조사비 등을 현금으로 제공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차명주식에 대해서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10월 불공정거래로 국감에 출석해 고개를 숙인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은 올해도 같은 모습을 연출할 가능성이 있다. 홈플러스는 올해 초 경품행사를 통해 얻은 고객들의 개인정보 712만 건과 회원정보 1694만 건을 동의 없이 보험사 등에 팔아넘겨 총 231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또 홈플러스의 모회사 테스코는 홈플러스 매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13년 치의 감가상각비를 한 해에 계상해 의도적으로 장부가치를 떨어뜨렸다는 의혹까지 일고 있다.
재벌 총수가 관련되자 소관 상임위 관계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진복 새누리당 의원실 관계자는 "여러 총수들이 거론되긴 하는데 당과 의논 해봐야 한다.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무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 관계자 역시 "현재 (재벌 총수의 증인 채택을) 거론 중에 있으나 말할 단계는 아니다. 합의 단계에 가면 말하겠다"고 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는 이른바 '땅콩회항'과 관련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회사 차원의 승무원에 대한 회유·압박 논란에 휩싸인 한진그룹 임원들에 대한 증인 채택을 거론하고 있지만 역시 논의 내용을 보안에 붙이고 있다.
노동개혁과 재벌개혁을 위해 만들어진 새정치연합 특위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노동개혁특위 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실의 관계자는 "국감 증인은 취합이 완료되면 말씀드릴 수 있다. 잘못 나갈 수도 있기 때문에 아직 발표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원내대책 회의에서 "이번 국정감사에서 문제가 있는 재벌총수는 국감장에 서게 될 것이다. 기업도 사회적 책임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원 원내대표는 "문제가 있는 기업은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며 "새누리당은 문제가 많은 재벌에 대해 비호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고 했다. 이는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불거진 복잡한 지배구조와 폐쇄경영 등으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된 롯데그룹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시민단체 출신의 전문가로 정무위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김기식 의원도 "국감 증인 채택에 있어 성역은 없어야 한다. 롯데와 관련한 국감 증인 채택은 거의 확실하다고 본다"고 말한 바 있다.
재벌 총수들이 국감 증인으로 채택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아지자 대기업들은 긴장상태에 들어갔다. 재벌개혁 여론에 선 기업들은 총수를 국감 출석에서 빼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재벌 총수들이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다고 하더라도 실제 출석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제까지 재벌 총수들은 국감 증인 명단에 오르면 외국 출장을 핑계로 국회 출석을 사실상 거부해왔기 때문이다.
현행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에 불응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재벌에게는 그야말로 솜방망이 처벌 규정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