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최치선 기자] 제약업계의 뿌리깊은 리베이트 관행이 철퇴를 맞았다. 외국계 제약사를 포함한 대형 제약사 5곳이 지난해 7월 시행된 리베이트 투아웃제의 첫 사례가 된 것이다. 서울서부지방검찰청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수사단(단장 이철희 부장검사)은 31일 경기도 소재 모 대학병원 교수가 2012년 3월 16일부터 2014년 10월 17일까지 15회에 걸쳐 7개 제약사들로부터 약 2028만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수수해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 대학병원 의사는 증거가 남지 않는 현금을 받거나 제약사 영업사원이 술값, 식대를 미리 결제해 놓으면 해당 식당이나 주점을 방문, 따로 돈을 내지않고 이용했다. 또 영업사원으로부터 신용카드를 받아 사용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투아웃제 시행 직후 조사가 시작됐던 사건으로 제약업계 관심이 집중된 바 있다. 7개 회사들 중 6개는 국내 제약사들이고 A사가 유일한 외국계 기업이다. 수사단은 A사 영업이사, 의료기기업체 관계자 6명, 대학병원의사 2명, 개원의 2명 등 총 1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나머지 리베이트 수수 금액이 적은 의사 339명에 대해서도 행정처분이 의뢰됐다.
A사는 2010년 9월부터 2011년 6월까지 의약품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거래처 의사 등 461명에게 554회에 걸쳐 합계 약 3억 5900만 원 가량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다. A사는 리베이트 제공 사실을 숨기기 위해 의사들에게 논문번역료, 시판후 조사 비용을 지급하는 형식을 취했다. 실제로 의사들이 논문을 번역한 것처럼 회사가 따로 논문을 번역해 두거나, 시판후 조사를 실시한 것처럼 설문지를 허위로 작성해 두는 방식이었다.
시판후 조사(Post Marketing Surveillance)는 신약 등이 시판된 후 안전성·유효성 등을 확인하기 위해 실시하는 것을 말한다.
A사는 그 외 설문조사 수당 명목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하면서 이를 숨기기 위해 리베이트를 직접 주지 않고 전직 임원이 설립한 설문조사기관인 R업체를 통해 지급하도록 조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외국계 의료기기업체 B사는 2013년 1월부터 2015년 2월경까지 종합병원 정형외과 의사 등 74명에게 해외제품설명회 명목으로 해외관광과 골프 비용 등 약 2억 4000만 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수사단은 "쌍벌제와 리베이트 투아웃제가 시행돼 리베이트에 대한 처벌이 강화됐음에도 리베이트 제공 및 수수행위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또한 의료기기 유통시장에서도 불법적인 리베이트 제공 관행이 존재하며 외국계 기업 역시 리베이트 제공 관행에 있어서 예외가 아니므로 향후 지속적인 단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사단은 또 "앞으로도 의약 불법리베이트 제공 관행이 근절될 때까지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고 지속적으로 단속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내 제약업계는 주로 제네릭 시장 속 영업경쟁을 하다보니 그 동안 수차례 리베이트 행위들이 공정거래위원회나 검찰, 경찰로부터 적발돼 왔다. 반면 다국적제약사들은 대체로 오리지널 품목을 보유하고 있어 오리지널 의약품 처방을 선호하는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리베이트 무풍지대로 통해왔다.
하지만 이번 A사의 적발로 그러한 공식은 완전히 깨져 특히 주목되고 있다. 점차 오리지널 의약품들의 특허만료로 인해 제네릭 시장이 열리면서 시장경쟁이 치열해진 때문으로 분석된다.
A사 관계자는 "리베이트 제공을 안 해왔다고 할 순 없다"며 "심지어 교수들 마다 취향이 달라 특정 교수를 위해 시중 빵집이 아닌 강남지역 고급 빵집에서 빵을 사가는 등 노력부터 다양한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A사는 앞서 2011년 9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도 적발됐던 적이 있어 리베이트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당시 A사는 40억원대 리베이트를 뿌린 혐의로 당시 공정위는 15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했다.
검찰은 "그동안에는 리베이트 단속이 국내 제약사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나 이번 수사를 통해 외국계 기업도 리베이트 제공 등 불법적인 영업행위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또 "리베이트를 제공했다가 두차례 이상 적발될 경우 제약회사에 엄중한 제재를 가하는 '리베이트 투아웃제'는 작년, 금품 제공자 외 수수자도 처벌토록 하는 '쌍벌제'가 2010년 시행됐지만 리베이트 관행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리베이트가 사라질 때까지 지속적으로 단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