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엄마' 고두심이 말하는 모성애 "엄마는 '소'"
[메트로신문 하희철기자] '엄마'라는 한 마디에는 누구나 많은 감정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KBS 2TV 주말연속극 '부탁해요 엄마'(극본 윤경아, 연출 이건준)에서 삼남매를 키우고 있는 엄마 임산옥 역을 연기하고 있는 배우 고두심은 엄마를 떠올리면 '소'라는 동물이 연상된다고 말했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어머니는 소가 연상되는 그런 분이셨어요. 시골에서 농사 지으시면서 묵묵히 7남매를 키워내셨죠."
3일 여의도의 한 레스토랑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고두심은 자신의 어머니 이야기를 꺼내며 엄마 연기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어렸을 때 어머니 마음을 아프게 한 적이 있어요. 공과금이 밀려서 어머니에게 짜증을 냈죠. 나중에 장에 가서 돈을 마련하신 뒤 학교까지 찾아오셨더군요. 햇빛 아래서 돈을 말아서 주시던 모습이 떠올라요. 돈을 주시길래 얼른 받아서 뛰어갔지요. 어렸지만 저도 그게 잘못이라고 느꼈나봐요. 나중에 저도 나이 먹고 엄마가 되고 나서 그 일이 떠올라 어머니를 찾아서 무릎 꿇고 죄송하다고 말씀드렸어요."
고두심은 극중에서 3남매를 홀몸으로 키워낸 과거를 가지고 있다. 그런 모습이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리게 했다.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함께 바닷가를 간 적이 있어요. 전 어머니를 정말 좋아했어요. 그래서 나중에 엄마와 딸로 인연을 맺고 싶다고 말씀 드렸어요. 그게 힘들면 내가 엄마 할테니 엄마가 딸 하라고 했죠. 그랬더니 아무 말씀 안하시고 손을 잡더니 손에 힘만 주시더라고요. 엄마 연기를 할 때면 항상 그걸 생각해요. 어머니란 건 그런 것 같아요. 모든 것을 넓은 치마폭으로 감싸고 살아가는 게 엄마의 운명이고 숙명인 셈이죠."
30일 방송된 '부탁해요, 엄마' 6회에서는 경쟁업체에 비밀 기술을 유출했다는 누명을 쓴 딸 이진애(유진 역)를 위해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결백을 증명하려는 엄마 임산옥(고두심 역)의 애틋하고 짠한 모성애가 그려졌다.
평소에는 서로 못잡아먹을 것처럼 다투고 감정적으로 부딪히면서도 딸이 어려움에 처하자 발 벗고 나서는 어머니의 모습은 심금을 울린다. 우리는 그것을 보면서 각자의 어머니를 떠올리게 된다. 모성애라는 공감대가 '부탁해요 엄마'의 가장 큰 매력이자 드라마의 정체성이다. 그리고 그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있어 고두심이라는 배우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시대가 변하고 사람이 변해도 가족은 이런 것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이런 가족으로 살아야 된다는 지침을 주는 드라마로 막을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부탁해요 엄마'는 여러모로 '국민 엄마'로서 배우 고두심의 진가가 발휘된 작품이다. 그가 연기하는 산옥을 보고 있노라면 말 그대로 '우리 엄마'가 떠오른다. 묵묵히 뒤에서 가족을 뒷받침하는 산옥과 그 깊은 속내를 알게 모르게 느끼면서도 다투는 진애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스스로가 미워지는 마음이 드는 것은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연기할 때마다 내가 생각했던 엄마와 내가 겪어온 엄마, 지향하는 엄마가 복합적으로 묻어나고 있는 것 같아요. 엄마가 가진 원초적인 가족에 대한 사랑, 헌신에 대해서는 요원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해야만 엄마의 삶이죠. 그래서인지 이번 엄마 역할은 참 행복합니다."
엄마 고두심의 모성애를 엿볼 수 있는 '부탁해요 엄마'는 5일 저녁 7시 55분 7회가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