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 첫 만루홈런 "나도 모르게 스윙"…마쓰이 데뷔 시즌 넘는다
[메트로신문 하희철기자] 강정호(28·피츠버그 파이리츠)가 메이저리그 입성 후 첫 만루홈런을 기록했다.
강정호는 10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그레이트아메리칸볼파크에서 열린 신시내티 레즈와의 원정경기에 5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해 1-1로 맞선 6회초 1사 만루, 신시내티 오른손 선발 케비어스 샘슨의 시속 150㎞짜리 직구를 받아쳐 왼쪽 담을 넘어가는 만루홈런을 쳤다.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기록한 첫 만루홈런이면서 피츠버그의 올 시즌 첫 만루홈런이다. 강정호의 만루포는 결승타가 됐고, 피츠버그는 5-4로 승리했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루트 스포츠는 경기 뒤 강정호를 수훈 선수로 꼽고 인터뷰를 했다. 강정호는 "팀이 승리한 게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이기도록 하겠다"고 '팀 퍼스트'를 외쳤다.
만루 홈런을 친 순간도 무덤덤하게 떠올렸다. 강정호는 볼 카운트 2볼-2스크라이크에서 몸쪽 직구를 받아쳐 만루포를 만들었다. 그는 "투수가 병살타를 유도하고자 몸쪽 승부를 했다"며 "2스트라이크에서 나도 모르게 스윙했는데 배트 중심에 맞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페이스라면 강정호는 아시아 최고의 거포로 꼽히는 마쓰이 히데키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메이저리그 첫해 홈런을 딱 15개만 때리겠다고 말했던 바 있다. 전반기 72경기에서 홈런 4개를 쳤던 강정호는 후반기 47경기에서 벌써 11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강정호는 이 홈런으로 역시 후반기 들어 홈런 11개를 쳐낸 신인왕 경쟁자 크리스 브라이언트(시카고 컵스)와 동률을 이뤘다. 피츠버그가 24경기를 남긴 상황에서 강정호의 현재 페이스라면 마쓰이의 메이저리그 첫 시즌 홈런 수를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마쓰이는 뉴욕 양키스에서 뛴 첫 시즌인 2003년에 타율 0.287에 16홈런 106타점을 남겼다.
시즌 시작부터 중심타선에 배치된 마쓰이와 비교하면 강정호의 타점(56개)은 크게 뒤처지지만 타율(0.287)은 똑같고 홈런 페이스는 마쓰이를 추월했다. 이제 격차는 불과 1개. 강정호는 마쓰이를 넘어 아시아인 메이저리그 데뷔 첫 시즌 최다 홈런까지 넘본다. 아시아인 메이저리그 데뷔 첫 시즌 홈런 역대 1위는 포수 조지마 겐지로 시애틀 매리너스 데뷔 시즌이던 2006년에 홈런 18개를 터뜨렸다.
강정호는 수비 부담이 가장 큰 포지션으로 꼽히는 유격수를 소화하면서 이 같은 성적을 내고 있어 그 가치는 더욱 크다. 아시아 출신 내야수가 메이저리그 첫해 가장 많은 홈런을 친 건 2005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데뷔한 2루수 이구치 다다히토가 기록한 15개였다.
피츠버그에서 성공 시대를 열어가는 강정호는 내셔널리그 신인왕 경쟁에 다시 불을 지핀 것은 물론 아시아인 데뷔 시즌 최다 홈런 기록까지 정조준하고 있다.